교황 베네딕트 16세의 대 이슬람 발언이 전세계 무슬림들 사이에 격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상황은 이러하다. 교황께선 지난 12일 자신의 고향인 독일을 방문했다. 사람들은 따뜻하고 자랑스럽게 교황을 맞이했고 이 '독일이 낳은 아들'은 60년 동안 살았던 고향의 품에 안겼다. 문제의 발단은 남쪽 작은 도시 레겐스부르크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행한 강론에서 이슬람교를 언급했던 것.
비록 14세기 동로마 황제의 말을 빌렸다고는 하나 그 내용은 누가 보더라도 '철 지난 데'다 특정 타종교와 대척점에 서있었다. 사실 교황의 지나친 보수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지난해 요셉 알로이스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나왔다. 때문에 이번 발언은 평소 그의 신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교황의 발언을 순전히 개인적 차원에서 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외곬 신앙에 경건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어찌 보면 그만큼 상당히 '비정치적'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세계 "10억인의 수장"을 볼 사람은 이 세상에 아마 아무도 없을 게다. 더욱 큰 걱정은 이번 발언을 둘러싼 분쟁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12일 하루 전날은 바로 9.11 테러사태가 난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지금 중동 지역은 실제로 전쟁에 휩싸여 있거나 극도로 불안정하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최근의 레바논이 그렇고 이란과 시리아의 하늘에도 먹장구름이 가득하다. 한마디로 지금 인류는 무척 위험한 시간 속을 지나고 있다. 한낱 도그마를 위한 고담준론의 시간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지금 교황은 전임 요한 바오루 2세가 닦아놓은 길에서도 뒷걸음 친듯 보인다. 전임 교황이 무엇보다 종교 간의 대화에 노력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십자군 전쟁, 나치세력과의 타협에 대한 참회라든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 그리고 자신을 저격한 무슬림을 용서하기도 했다. 참고이지만 오늘날 기독교(가톨릭+개신교)와 이슬람 교도만을 합쳐도 세계 65억 인구의 절반이 훌쩍 넘는다.
바티칸 당국은 서둘러 해명에 나섰지만 나는 실천적 대화에 더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어느 이슬람 지도자가 교황과 공개 토론을 제의했다. 불가능하다고 지레 금 그을 필요는 없다.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만약 이루어진다면 말 그대로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는 계기가 얼마든지 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생각해 볼 점이 하나 있다. 대중매체의 어둔 점은 이벤트성에 집중하고 선정적인 사건을 좇는다는 데 있다. 대중매체는 이 점에서 역동성을 결여하며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애써 신문 모퉁이에서 또 하나의 소식을 찾아본다. 예외 없이 대중매체의 조명이 비켜갔지만 밝은 소식이다. 교황의 발언이 있던 거의 같은 시기에 카자크스탄의 아스타나에서 세계의 종교지도자들 스물 아홉 명이 모였다고 한다. 그들은 기독교, 이슬람, 불교, 힌두교, 유대교, 기타 민족종교를 대표한다. 그들이 결의했다.
"세계의 다양성과 다문화를 받아들이자. 자기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속에서 사는 방법을 배우자."
다른 얘기지만 한반도의 정세도 무척 우울하기만 하다. 사막을 가본 적은 아직 없다. 헌데 불모의 사막을 건널 때 사람은 바짝 메마르고 타들어 가리. 그런데 그곳엔 오아시스 또한 예비돼 있다고 하니까...
평범한 세계시민으로서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