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8. 12. 12일자.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을 뿐-
지난 10월 치러진 일제 고사에 반대해 학생들의 야외 체험학습을 실시했다가 10일 해임된 교사가 11일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다음 아고라에 올렸다. '한울미르반 담임 최혜원'이라고 밝힌 이 누리꾼은 '현직교사입니다. 해임을 앞둔 마지막 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어제(10일) 오후 저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성실의무 위반'과 '명령 불복종'이라는 이유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며 "적어도 상식은 살아있는 곳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는데 내가 너무 이 시대를 우습게 보았나 보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전교조 소속 교사 3명을 파면하고 4명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최대 규모의 중징계로 알려졌다. 파면·해임은 교육공무원법에 규정된 공무원 징계 방법 중 처벌 수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해임된 교사들은 3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된다. 최씨는 "그러게 조용히 살지...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요?"라고 자문한 뒤 "이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다.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시험 점수 잘못 나올까 늘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지 말자고 우리에게도 당당히 자기 의견 말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최씨의 글에는 "좌파·우파를 떠나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교육현장에서 떠나가는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각나는 아침입니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전교조 서울지부는 11일 오후 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부당징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23일 중1~2학년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일제고사에 더욱 강력한 반대투쟁을 펼치기로 했다. 다음은 최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전문] 현직교사입니다. 해임을 앞둔 마지막 글... 처음 일제고사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할 때부터, 아고라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통해 많은 격려를 받아왔는데... 당당히 싸워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음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내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조퇴를 쓰고, 한 시에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시 교육청으로 가야해요.
징계 통보를 받을 방학 전까지는 아마, 학교에 나갈 수 있겠지만... 방학을 하고 난 2월, 그리고 아이들 졸업식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잠도 오지 않는 이 밤에 마지막 편지를 썼어요. 쓰면서, 울면서, 그렇게 편지를 다 쓰고,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아이가 뉴스를 보고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어엉 하며 전화기를 붙들고 큰 소리로 울어버리더라구요... '그래, 난 당당해.'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 하고 억지로 참았던 울음이, 그 아이 울음소리에 그만 터져나오고 말았어요.
"선생님 우리 그럼 헤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졸업해도 나는 선생님 찾아갈려고 했는데... 그래서 중학교 가서 교복 입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아, 어찌해야 하나요... 내일 학교에 가서 아이들 얼굴을 어찌 봐야 할까요...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머님들께 드리기 위해 쓴 마지막 편지 올려봅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던 날이 생각납니다. 혹시나 첫날 만났는데 교실이 어지러울까 전날 아이들 만날 교실에서 정성껏 청소를 하고 꿈에 부풀어, 가슴 설레이며, 아이들 책상 위에 꽃을 올려두었지요. 음악을 틀고, 추운 몸을 덥혀주려고 정성껏 물을 끓여두었습니다. 하나, 둘, 자리를 채운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앞에 두고 저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 들려주었어요.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라고, 억 겁의 인연이라고...
그렇게, 처음 만났고, 이 좁은 교실에서 일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먹고, 뒹굴고, 한 몸 같이 지내던 시간.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제 눈물로 헤어져야만 하게 되었음을 전하는 지금 제 마음을 차마 이 몇 글자 속에 담아낼 수가 없네요... 어제 오후, 저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해임’ 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교직에 처음 발 디딘 지 이제 3년.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만약 신이 계시다면, 내게 이 직업을 주셨음에 하루하루 감사하던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서 이제 서울시 교육청이, 제 아이들을 빼앗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해임의 이유는, 성실의무 위반, 명령 불복종이랍니다... 제가 너무 이 시대를 우습게 보았나 봅니다. 적어도 상식은 살아있는 곳이라고, 그렇게 믿고싶었는데... 옳지 못한 것에는 굴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이를 앙 다물고 버텼는데... 시대에 배신당한 이 마음이 너무나 사무치게 저려옵니다. ‘그러게 조용히 살지...’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요? 이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어요.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시험 점수 잘못 나올까 늘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지 말자고 우리에게도 당당히 자기 의견 말할 권리가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후회하느냐구요...? 아니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양심있는 사람들이 살기엔 너무나도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음을 새삼 깨달으며,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명령에 복종하며 바닥을 기기보다는 교육자로서 당당하게, 양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럼에도 다시 후회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이 폭력의 시대를 알아보지 못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살지 못하고 이렇게 무력하게 아이들을 빼앗기는 이 모습이 가슴이 터지도록 후회스럽습니다. 울고, 웃고, 화내고, 떠들고, 뒹굴며 늘 함께했던 아이들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저 먹먹한 가슴 부여잡고 눈물을 삼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들 서른 둘 얼굴이 하나하나 눈 앞을 스쳐 지나가 눈물이 쏟아져 화면이 뿌옇습니다... 이렇게 아끼는 내 자식들을 두고 내가 이곳을 어떻게 떠나야 할까... 졸업식 앞두고 이 아이들 앞에서 하얀 장갑을 끼고 졸업장을 주는 것은 저였으면 했는데... 문집 만들자고, 마무리 잔치 하자고, 하루종일 뛰어 놀자고, 그렇게 아이들과 약속했는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떠나야만 하는 마음, 꼭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더러운 시대 앞에 굴하지 않은 가슴 뜨거운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렇게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한울미르반 담임 최혜원 올림.
한 학부모가 보는 교사 해임
진정한 교육자세요. 이 분은... 작성자 홍영미 작성일 2008-12-10
길동 초등학교에 6학년 2반 최 혜원 선생님을 칭찬합니다. 저는 길동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한아이의 엄마입니다. 오늘 제가 칭찬을 하고픈 선생님은 아쉽게도 아직은 제 아이를 맡겨 본 적 없는, 개인적으로는 초면인 선생님이세요.(우리 아이 졸업 전에 꼭 한번이라도 담임선생님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분을 칭찬하게 된 동기가 있네요.
그 분에 대하여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것이 3년 전이었습니다. 중 2인 큰 아이가 6학년일 당시 같은 학년에 다른 반이던 아이의 엄마로 부터 전해 듣고부터였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선생님이 교사로써의 사명감에 충실하려는 열의가 대단한 듯 했습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학생들과 학부형을 챙기는 모습을 전해 들으며 그 마음 지속토록 이어지길 바랬습니다. 운동회 같은 학교 행사에 눈에 띄는 학급의 색다른 반티가 보이면 어김없이‘ 최 혜원 선생님’이 계시더군요. 그것도 아이들과 놀이처럼 만든 옷이라고 하더라구요.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하듯 수업하는 방식들도 종종 엿들었습니다.
올해 초여름쯤이었을 겁니다. 작은 아이의 학원 가방을 전해주기 위해 본관 현관문 쪽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덩치가 큰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더라구요. 아이들의 입에는 아이스바가 하나씩 물려있었습니다. “몇 학년이니?...” 한 아이에게 제가 물었어요. “6학년이요.” 하고 대답을 하더군요. 아이들의 끝으로 앳된 선생님 한분이 나오셨습니다. 이어서... 우리 아이들 초등 1학년 때나 봤었던 관경을 잠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너희들 힘들지? 그래서 기운 내라고 아이스크림 사준거야. 오늘 푹 쉬어...” 특별 야외수업이 있었나보더라구요. 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달래는 모습이 저를 그리 짐작케 했습니다. 아이들을 대하는 언행에는 가식 없는, 그 아이들을 진정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사제지간이라기 보단 이모와 조카들의 관계처럼 비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고학년의 아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일부러 내려오시는 선생님들이 몇이나 계실까요? 그분은 타고난 교육자란 생각이듭니다. 그런 분이 징계를 받는다고 하네요. 그것도 중징계를요. 일제고사를 반대한 이유로, 또 강요한적 없는 제자 몇 명이 시험을 치루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젊기에 대범한 것만은 아닐 거란 제 생각입니다. 제가 전해들은 그 분은 오로지 아이들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시는 진정한 선생님이세요. 그 부분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결코 아이들을 떠나서는 아니되는 분이란 생각입니다.
전 일제고사를 찬성하는 엄마랍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완전히 바뀌지 않고서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긴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험과 평가가 필요하단 생각입니다.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부모보다 저와 같은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미래를 위해서 일제고사를 찬성하는 부모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집에서 모두가 공부만을 강요하는 때, 최 혜원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다는 것은 메말랐던 정서의 아이들에게 연두 빛 새싹처럼 남을 위하는 사랑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돋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꼭 계셔야 될 분이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이런 글을 올려봅니다. 최 혜원선생님처럼 마음의 잣대를 온전히 아이들에게 맞추고 대하며 생각하면... 그런 분들이 더 많이 계신다면 자연스레 학교폭력이란 단어들과 교권의 추락, 왕따, 치맛바람...등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말들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만 생각하는 투절한 교육자의 사명감으로 눈총을 받을 것도 감수하며 용감하게 일제고사를 반대한 최 혜원선생님께 징계보다는 힘을 실어줄 표창장 한 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런 글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혹여, 최 혜원 선생님께서 교육자의 신분으로써 형평성에 어긋난 잘못을 했다손 치더라도,(선생님들 세상에서 교육자로써의 최 혜원 선생님은 어떻게 판단이 되는지, 평가 되는지 학부형이기 때문에 짐작할 수 없기에) 우리들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가르칠 신념이 확실한 선생님이 그래도 징계를 받아야 할 잘못이 있다면 중징계는 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리사욕 없는 분이십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엄마들 많습니다. 엄마들과 선생님들의 마음을 보시지 마시고, 지금 그분에게 배우고 있는 6학년 2반 학생들에게 선생님을 평가하라고 해보심이 얼떨런지요.
요즘 아이들 자기 주관 뚜렷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할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진정하고 바른 자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사명감 투철한 최 혜원 선생님을 전 칭찬합니다. 좋은 소식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신다면 어떤 선택이 옳은 건지 잘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