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아버지의 능력을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 하느님 아버지께 향해야 할 경배가 하느님이 아닌 자기 자신,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향하는 것, 자신의 뜻을 위해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 악마가 던진 유혹에는 이렇게 세 가지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악마가 이를 통해 이루려 했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이신 예수님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것,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나의 마음, 욕심, 상상, 고집이 내 삶의 중심이기를 바라는 본능적이고 매우 자연스러운 우리의 뜻이 하느님보다 상전에 자리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압니다. 우리는 흙으로 지어진 피조물임을, 지금은 생기 넘치고, 웃음 가득하며, 아름다운 말로 삶을 살아가지만, 우리는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존재임을 기억합니다. 우리 이마에 바르는 검은 재는 화려함과 풍성함에 가려져 평상시에는 잘 깨닫지 못하던 진실,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도우심 없이는 한 순간도 온전한 모습으로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광야의 유혹은 끝이 났지만, 우리의 삶은 마지막 날에 영광스럽게 부활하는 그날까지 광야를 걷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악마는 시시때때로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때로는 우리의 깊은 갈망을 자극하고, 때로는 욕심을 부풀리며, 때로는 우리의 신앙을 시험합니다. 그 때마다 잠시 멈추어 서서, 광야를 걷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걷는 이 길이 부활로 드러나는 영광으로 향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손목에 감기게 될 작은 팔찌는, 광야에서도 우리가 길을 잃지 않게 할 소중한 나침반으로 쓰이게 될 것입니다.
사순 절기, 우리를 근본부터 다시 돌아보게 하기에 복된 이 광야의 시간을 감사하게 보내십시오. 험란하고 괴로운 광야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온전한 곳으로 향하게 할 기쁜, 고마운 광야로 여기십시오.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는 이 곳에 우리의 진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