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늘,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제자들을 통해 무덤이 비었음을,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죽음을 이겼음을 드러내셨습니다. 세상이 힘으로, 죽음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이겼다고 으스대던 그 아침에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죽음과 힘의 질서를 이겨내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인간들의 어지러운 욕망과 폭력, 약한 자들을 억누르려는 힘의 질서에도 꺾이지 않았음을, 결국 모든 세상을 하느님께서 구원하실 것임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밝히 드러내셨습니다.
잠시 후에 나누실 성찬은 단순히 거룩한 식사가 아닙니다. 이 식사는 죽음을 이긴 자들의 식사, 영원한 생명을 나누는 식사, 하느님의 뜻이 풍성하게 자라고 뻗어 나가는 식사입니다.
우리는 이 양식을 통해 세상에서 썩어지지 않을 영원한 한 그루 나무를 세웁니다. 그리스도의 몸, 교회라 불릴 이 나무는 경쟁과 싸움, 갈등과 반목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 희생과 겸손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죽는 날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려나가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나무의 열매이자 줄기입니다. 여러분 역시 누군가의 도움으로, 누군가의 인도로 이 부활의 나무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를 이 나무 곁으로 불러와 영원한 생명, 하느님의 구원이라는 열매를 맺도록 그들을 초대하게 될 것입니다.
죽은 것처럼 보였던 나무에 새잎이 돋고, 추위에 얼러붙어 희망이 없어 보였던 땅에 새싹이 돋는 계절입니다. 마치 새로돋는 새 잎처럼, 새싹처럼 그리스도의 꿈은 우리를 통해 이 땅에 다시 돋아날 것입니다.
사람들이 세상에 희망이 어디 있느냐고, 어디에 사랑이 있느냐고 묻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담대하고 용감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이곳에 희망이 있다고, 이곳에 예수님께서 베푸신 사랑이 있다고, 하느님께서 죽음에서 건져내신 진정한 소망이 여기,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이 아침에, 여러분께 하느님의 사랑을 전합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힘과 욕심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이들에 의해 고통과 번민,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을 여러분께 하느님의 위로를 전합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두려움으로 문을 닫아 걸고, 숨죽여 절망하고 있었을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다가오셔서 인사하셨듯, 여러분께 부활의 인사를 건넵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