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추감사주일은 보리농사를 짓던 우리나라의 농경문화에서 유래한 절기입니다. 이모작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의 전반기에는 보리수확을 하고, 후반기에는 쌀 수확을 해왔던 터라 맥추절은 말 그대로 “보리를 수확하는 날”이었습니다. 힘든 보리농사가 보릿고개에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지요. 보통 보리 추수를 6월 중순이나 말경에 하면서, 보리 추수를 끝낸 이후 하느님께 수확의 감사를 드리는 절기로 지킨 것이 우리나라 맥추절의 유래입니다. 그래서 주로 7월 첫 주일을 맥추감사주일로 지키며, 하느님께서 지난 반년 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앞으로 남은 반년 동안도 잘 지켜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1독서로 읽으신 신명기에서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정착하게 되면 무엇을 소중하게 여겨야 할지를 가르칩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하느님을 기억하라고 당부합니다. 지난 40년간 광야에서 만나를 먹이며 인도하신 너희 하느님을 기억하라고 말입니다. 우리를 언제나 인도하고 살리시는 그분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것이 우리가 하느님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우리는 자주 무한경쟁 사회에서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살아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삶이 우리 자신의 힘을 넘어서는 하느님의 도우심과 이끄심으로 지탱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감사는 우리의 조건이나 상황이 좋아서 드리는 마음의 표현이 아닙니다. 실제로 감사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내가 얻은 것에 자만하고, 내가 잃은 것에 실망할 일이 아닙니다. 세상의 성공과 실패로 우리의 삶을 평가하면 진정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지금 우리에게 베풀어진 하느님의 사랑, 우리에게 보내주신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 느끼는 따스함과 위로, 그들과 함께 일구어 가는 모든 일을 되돌아보고, 그 사랑과 수고에 깊이 감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