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삶을 선택하라>
교회는 공현 후 연중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을 <주의 변모> 주일로 지킵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주의 변모에 관한 본문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셔서 한 편에서는 “다윗의 자손,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라는 찬미하는 사람이 있고,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예수님을 잡아 죽이려는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있는, 양쪽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높아진 시점에 등장합니다. 찬미와 시기 사이에서, 예수님은 하느님과 세상의 관계를 회복하는 “십자가의 길”만이 율법과 예언서가 가리키던 완전한 영광의 길임을 깨우쳐주십니다. 주의 변모 주일은 우리가 예수님의 수난의 길에 동참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참여할 그 고난, 우리가 참여할 부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대목인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눈에 띄는 대목들이 있습니다. 우선, 영광으로 휩싸인 산에 등장한 세 인물, 모세, 엘리야, 그리고 예수님을 주목해야 합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받아 후손들에게 전한 율법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백성들의 온전한 삶을 뜻합니다. 엘리야가 예언을 통해 드러내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뜻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성취하실 메시아, 그리스도 예수는 그들이 전한 하느님의 뜻을 자신의 삶으로, 죽음으로, 그리고 부활로 분명하게 드러내실 것입니다. 모세가 전하는 과거, 엘리야가 예언하는 미래, 예수님께서 이뤄내실 현재, 즉 하느님께서 꿈꾸신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가 지금 제자들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밝게 빛난 얼굴, 즉 그들의 영광은 서로를 비추며 빛나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서로를 통해서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밝게 빛나는 세 사람의 모습이 곧 “구름”으로 뒤덮였다는 사실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들어서만 알고 있던, 꿈에서나 만날 법한 이 아름다운 순간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초막 셋”을 짓겠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신앙이 밝게 빛나는, 기쁨과 평화가 가득한 이 순간을 붙잡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빛은 곧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나서야 예수님을 향한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 복음서를 접했을 초대교회 사람들은 예수님을 직접 만난 제자들의 삶을 전해 들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 제자들 중 누군가는 선교를 위해 떠났다가 세상을 떠났고, 누군가는 교회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거대해 보이는 사도들도 처음엔, 매우 작고 왜소했으며, 복음의 진면모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 구절을 통해 깨닫지는 않았을까요. 사도들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접하며, 그들은 조금씩 더 성장하고자 몸부림치지는 않았을까요.
교우 여러분, 주의 변모 이야기는 우리에게 수난을 거쳐 부활에 이를 우리 신앙의 참 모습을 가리킵니다. 서로에게 기대어, 영광을 나누는 신앙. 어둡고 텁텁한 우리 일상을 환한 빛으로 밝히는 신앙, 하느님과 이웃의 도움으로 스스로를 일으켜 변화하고자 나아가는 신앙. 신앙의 참모습이 우리 앞에 주어졌습니다.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화와 마주친 여러분은 어떤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