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주일
아시다시피 성공회가 조선 땅에 선교를 시작한 것은 1890년의 일입니다. 신학교 건립은 24년이 흘러 조선성공회 3대 주교인 마크트롤로프 주교님에 이르러서입니다. 주교님은 교회가 건강한 신학의뒷받침을 받아야 하고 또 조선성공회의 앞날을 위해 조선인 사제
들을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보았습니다. 그 주교님이 서울대성당도 처음 세우신 분이니 우리로서는 그분의 비전과 이상에 빚진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본국 영국의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기 때문에 트롤로프 주교님은 신학교 설립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분이 생각해 낸해결책은 당시 남북한에 걸쳐 65개가 있었던 성공회 교회들이었습니다. 그 교회들이 각각 “2백환”(요즘 돈으로 2백만 원가량)씩 내는 한편으로 십일조와 추수감사헌금의 일정부분을 성직자양성기금으로 사용코자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1914년 최초의 성공회신학교가 강화에 문을 열고 13명의 성직지망생을 맞이합니다. 그때로부터 백년이 지나 강화신학교는 오늘날의 성공회대학교가 되었습니다. 대한성공회 유일의 신학교육 기관이자 성직자 양성기관인 성공회대학교는 새로운 출발점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 새 출발도 백 년 전 처음처럼 교회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1994년은 성공회대학교가 종합대학이 된 해입니다. 그 전 해인 1993년 교회는 일만 기도 운동을 통해 신학대학 교사를 준공하면서강화로부터 80년의 역사를 기린 바 있습니다. 이때 교회는 성공회대학교 발전의 주춧돌이었고 학교에 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신자들은 성공회대학교의 발전이 곧 한국사회에서 성공회의 발전이라 여기며 우리 선교의 귀중한 한 영역으로 여겼던 것이지요.
그때로부터 20년이 흘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성공회대학교는 종합
대학으로서 작지만 상당한 외형적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교회와의 연결성은 갈수록 느슨해진 시기이기도 합니다.
성공회대학교는 대한성공회 유일의 신학교육기관이요 성직자양성기관입니다. “교회의 품에 있는 성공회대학교”가 되고자 합니다. 이번 성소주일이 성공회대학교와 성공회 교회들이 새 마음으로 연대하는 자리이길 희망합니다.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는 예수님의 말씀 앞에 우리 공동체가 함께 서서 그 부르심을 가슴깊이 새기는 자리,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하는 자리이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