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개 -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들린다.
'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오늘 복음에 인용된 이사야 예언자의 말입니다. 고대에는 임금이 여행을 떠날 때 길이 잘 나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리하여 곧고 평탄한 길을 닦고자 땅을 고르고 다듬어서 임금이 안전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은 바로 이러한 맥락입니다. 곧 이스라엘 백성이 기다리고 있는 메시아를 제대로 맞이하려면 길을 잘 닦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마태오 복음사가는 요한 세례자야말로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맞이하고자 길을 닦는 사람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배 속에 있는 아기는 스스로 영양분과 산소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소중한 생명을 유지하며 탄생의 순간까지 수개월 기다릴 수 있는 것은 탯줄이 있기 때문입니다. 탯줄을 통하여 어머니에게서 영양분과 산소를 얻을 수가 있으니 생명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곧 우리와 하느님 사이에는 탯줄이 있으며, 그 탯줄을 통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얻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그 탯줄이 꼬여 있거나 막혀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아무리 우리에게 은총을 주시려고 애를 쓰셔도 그 은총이 우리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기 힘들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오늘 복음의 주제인 ‘회개’는 그동안 꼬여 있거나 막혀 있는 탯줄을 곧게 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은총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은총의 중개자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시도록 길을 곧게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