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찾는 이, 별이 된 이>
오늘 복음서는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는 장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를 찾아갑니다. 이들은 구원자를 만나러 저 멀리 동방에서 이곳까지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목적지 근방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만난 사람은 예루살렘 궁전에 기거하는 헤로데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 왕을 경배하거나 예물을 바치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주 허름한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아기 예수를 만납니다. 그때 그들은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준비한 예물을 바칩니다.
이들이 준비해 간 예물은 황금과 유향, 그리고 몰약이었습니다. 황금은 재력과 영원함을 상징합니다. 왕에게 어울리는 예물입니다. 그들이 만난 헤로데와 그 궁전은 강한 왕과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영원함은 없었습니다. 어떤 화려한 궁전도, 어떤 힘도 영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굿간에서 이들은 아기 예수께 황금을 드립니다. 바로 이 낮고 초라한 곳에 나타난 이분이 영원한 왕임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예물은 유향입니다. 유향은 제사를 드릴 때 사용합니다. 거룩함, 구별됨을 상징합니다. 헤로데 왕을 만난 동방박사들은 유향을 내놓지 않습니다. 헤로데는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 위에 군림하며 충성과 칭송을 받거나, 혹은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일지언정 경배의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나약하고 힘없는 아기 예수를 만났을 때 이 유향을 예물로 드립니다. 그의 방법은 약하고 나와 다를 것 없는, 아니 나보다 못한 모습일지 모르나, 그 하느님의 방법이야말로 경배와 찬양의 모습이며, 그 누구와도 구별된 거룩한 모습임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예물은 몰약입니다. 시신에 발라 부패를 방지하는데 사용했습니다. 몰약은 죽음과 그리고 그 너머의 부활을 상징합니다. 헤로데는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한낱 인간에 불과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자신을 위해 타인의 죽음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는 타인의 생명을 주무를 수 있었지만 결코 자신의 생명은 1초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께 몰약을 바칩니다. 그분은 죽으셨지만 타인의 죽음이 아닌 자신의 죽음으로 생명을 주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시어 영원한 생명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생명을 부여받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실 분임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동방박사들은 그 긴 여행길에 아기 예수를 만나고 경배했습니다. 성경에서 동방박사의 등장은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동방박사들의 목적인 구원자 예수를 만난 것으로 여행의 끝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여행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집을 떠나온 만큼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길은 떠나올 때처럼 다시 별을 놓칠까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그들 자신이 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희망에 대한 확신이 그들 마음의, 그들 인생의 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동방박사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많은 이의 길을 안내하는 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