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빈곳을 채워나가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모두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 우리나라는 확산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발병지인 중국은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이들이 어려움과 두려움에 힘겨워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을 때, 다양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의 목소리, 비판과 비난 섞인 질책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립되고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의료인들의 자발적인 봉사, 부족한 의료용품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국가와 개인들, 본국으로 돌아와 격리장소로 향하는 교민들을 따뜻하게 환영하는 지역주민들, 고립된 발병지역 사람들을 위로하는 ‘영상’을 올리는 릴레이가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입니다. 질병이라는 재난을 통해 드러나게 된 부분, 부족하고 비어있는 곳을 함께 채워가려는 따뜻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전해주신 율법은 우리의 부족함을 드러냅니다. ‘나’, 그리고 ‘우리’의 빈 공간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해줍니다. 그리스도인은 우리 삶의 너무도 많은 빈 공간을 주님께서 채워주신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나아가 그 은혜를 항상 기억하며, 우리가 서로의 부족함을 함께 채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생각과 마음의 실천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 ‘교회’이며,‘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사랑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우리는‘자유’를 선물받았습니다. 그 선물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신뢰’하신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이 자유로 우리의 부족함과 빈 공간을 더욱 넓혀가는데 사용합니다.
오늘 2독서(1고린 3:1)는 주어진 은사로 자신의 성숙을 뽐내고, 각자 무리를 만들어 나누어진 모습을 드러냅니다.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우리의 공간에서 상대방을 밀어내는데 사용한 것이지요. 복음말씀도 유사한 모습을 지적합니다.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하는데 힘 쓰기보다 내 잘못을 덮고 편안함을 찾으려 예배에 참여할 때도 있습니다(살인하지 마라, 먼저 화해하라). 남의 것을 쉬이 탐하거나(간음하지 마라), 불편함을 이유로 내팽개치고(이혼하지 마라), 자신의 의를 증명하기 위해 주님의 말씀을 이용하기도 합니다.(맹세하지 마라) 이는 모두 주님과 나, 그리고 우리가 서로 간의 빈 공간을 넓히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주님은 빈 곳을 사랑으로 채우시어 완전함으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자유는 바로 이를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주님의 자녀인 우리가‘채우시는 하느님의 사랑’,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