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걸으신 예수
오늘 복음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다가오신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 말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면 오늘 복음의 첫 부분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호수 위에서의 예수님과 제자들의 만남에 집중하다 보면 자주 간과하곤 하는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읽다 보면, 예수님께서 이처럼 새벽녘에 호수 위를 걷는 기적을 통해 제자들에게 깨달음을 주신 것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무척 주의 깊게 이 만남을 준비하시는 것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먼저 건너편으로 가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직접 군중을 돌려보내셨습니다. 그 뒤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습니다.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그곳에 머무르셨습니다. 배는 이미 뭍에서 멀어졌고 심한 풍랑이 일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진심으로 이 만남을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시며 그들이 당신을 따른다는 것의 의미를 온몸으로 깨닫기를 원하셨습니다.
이 깨달음을 위해 제자들은 군중 사이에서 자신들을 사로잡은 도취와 피상성에서 떨어져야 했습니다. 제자들은 주님 없이 시련을 만났을 때 자신들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절감해야 했습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얼마나 약한지, 그들을 위하여 나타나신 주님을 ‘못 알아볼 정도’로 얼마나 흔들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체험해야 했습니다.
그러한 제자들에게 주님께서는 “나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존재가 아니라, 오직 주님 당신과 인격적으로 만나라고 촉구하십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이제 제자들이 가야 할 길은 두려움에 사로잡혀서는 갈 수 없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군중 속에 묻혀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용기 있게 걸어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 각자를 위하여 이러한 만남을 준비하시고 다가오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