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묵상
이번 주일과 다가오는 주간에도 여름 휴가철의 마지막을 놓치지 않으려는 많은 사람이 산과 바다와 계곡을 찾을 것입니다. 여름철이 막바지에 이르면 휴가 때의 흐뭇함과 아쉬움을 함께 느낍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멀리 있는 친척 집이나 휴가지에서 보낸 날들이 먼 훗날에도 잊히지 않는 추억이자 인생에 대하여 몸으로 깨치는 생생한 교육이 됩니다. 느긋하고 조금은 게으르게 보낸 것 같은 이 여름날에 어쩌면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이 더욱 튼실하게 여물지도 모릅니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낸 여름날의 기억은 설레는 모험처럼 간직되며, 그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마르셀 파뇰이 여름 방학 때 시골에서 지낸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 자전적 소설 『마르셀의 여름』을 읽었습니다.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이 책을 읽으며 여름 방학 때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한 시간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두 문장이 내내 마음에 남습니다. “방학은 항상 그날이 그날 같아서 시간이 흘러가는 게 느껴지지 않았고, 여름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나갔다.”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어린이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물이 물레방아를 돌리듯, 그렇게 시간은 우리 인생의 바퀴를 돌리며 흘러간다.” 작가가 나이 든 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느끼는,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함께 묻어 있는 감회입니다.
뜨거운 태양의 이 계절에 주님께서 허락하신 쉼의 시간을 보내면서 특히 아이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이 방울방울 맺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어른들은 무상한 세월을 실감하며 살지라도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곳에서 쌓은 추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믿고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 그리워할 아름다운 추억은 바로 오늘 생겨난다는 것을 깨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