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선교주일
오늘은 대한성공회가 지정한 여성선교주일입니다. 수많은 여성이 가진 차별의 경험이 상처에 머물지 않고 같은 차별의 상처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듯이, 교회는 여성이 되었든, 외국인 노동자가 되었든, 성소수자가 되었든.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어떤 차별도 받지 않도록 기억하고 기도하면서 더 나은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바로 이런 교회를 향해 한발 한발 내딛자는 것이 여성선교주일의 참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한성공회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도부인을 비롯한 수많은 여성에게 빚을 졌지요. 특히 일제에 의해 선교사 추방령이 내려지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복구되지 못한 여러 교회를 지킨 것은 다름 아닌 여성들이었습니다. 대한성공회의 초창기에 일어났던 부흥은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전도 부인들과 수녀님들의 열성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수녀님들에 관한 기록은 꽤 있습니다만 전도부인들에 관한 기록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전도부인은 예전에 교회의 여러 가지 대소사를 주관했던 여성 교역자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에 여성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여성이 맡되, 그러한 여성 교역자에게 성직서품을 하지는 않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몇몇 전도부인들의 이름은 1990년에 출간된 <대한성공회 백년사>에 간간이 보일 뿐이고, 1998년에 나온 대한성공회 여성들의 이야기, <여인아, 네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에도 조금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두 열다섯 분의 생애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박 유니스, 홍 살로메, 박 말가리타, 조 마리아, 원경희 미리암, 김 안나, 김 애린, 최경주 힐다, 강 모니카, 최봉안 앵니다, 김규숙 마리아, 선우선부 헬레나, 에스더, 김 아가타, 김 나오미.
오늘 우리는 사마리아 땅과 대한성공회에 복음의 빛을 들인 한 여인과 열다섯 분의 전도부인을 기억합니다. 더불어 수많은 동대문교회의 여성 지도자들을 기억해주십시오. 우리는 그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교회는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고 여성과 남성, 아이와 어른이 서로 짐을 나누어, 안전하고 평등하며 존경 어린 관계를 빚어가는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방법은 강요도, 윽박지름도, 명령도 아닙니다. 거룩하고 존귀한 모범을 보이며 하느님의 나라를 갈망하도록 하는 일, 그것이 하느님의 방식이고 교회가 따라야 할 사명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이 자리에 초대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