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종이 되십시오.
인류역사에서 노예제도는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종황제가 노비세습제도를 1886년에 폐지했고, 영국에서는 19세기 초반에, 미국에서는 1860년대에 폐지되게 됩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신분차별은 계속 되지요. 흑인, 여성, 장애인 등등.... 마틴루터 킹이라는 목사가 1960년대까지 흑인해방운동을 한 것을 보면 사실상 인류역사에서 노예와 그 문화가 사라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은 모두 동등하며, 주체적으로 본인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갑니다. 타인에게 종속되거나 종이 되어 살아갈 필요가 없다고 배우고 자랍니다. 그렇기에 내가 하느님과 어떤 관계인지를 생각할 때도, ‘주인과 종’이라는 인식은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를 좋은 부모이신 하느님과 그의 자녀라든지, 예수님은 나의 친구라는 개념을 더 크게 받아들입니다.
매우 불편하게도 오늘 주님은 우리에게 ‘종’이 될 것을 요청하십니다. 예수님은 성서 곳곳에서 제자들에게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10:44)’고 가르치셨고, 자신의 삶 또한 모든 사람을 섬기는 종이 되어 사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 맡기어 순종하며 사는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지요. 바울로는 로마서 첫 머리에 자기 자신을 ‘그리스도 예수의 종(로마 1:1)’이라고 소개하게 됨을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우리에게 전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시는 ‘종’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노예나 노비를 넘어섭니다. 시키는 일에나 복종하면서, 무서운 군주 아래 재산과 노동력의 일부로 눈치 보며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전적으로 하느님께 의지하고 신뢰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의 종’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열려있고 사람에게 열려 서로를 깊이 살피고 섬기며 살다가 마지막 날에 ‘저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라고 고백하는, 서로를 섬기는 사랑의 종으로 살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