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뜻대로 -
“선생님은 하고자만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주실 수 있습니다." 나병 환자의 고백이 처절하다. 마음만 써 주신다면 나병까지도 치유해 주실 수 있다는 믿음이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마침내 하늘의 자비를 이끌어 냈다. 죽음에 이르도록 결코 치유될 수 없는 병임을 아는 이가 어떻게 ‘나 좀 살려 주세요!’ 하지 않고 ‘주님께서 원하신다면 …….’ 하였을까?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의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는 말처럼, 만사의 주도권이 하늘에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 예사스러운 믿음이 아니다. 모든 문제는 주님의 뜻에 있다. 이를 이슬람교에서는 ‘인샬라’라고 한다. ‘신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뜻이다.
터키 중부의 ‘니데’라는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터키에는 오백 개가 넘는 대안 교육의 공동체 학교가 있는데, 이 운동을 주도하는 지도부가 니데에 있다. 그곳의 한 가정집에서 묵었는데, 자녀들 가운데 고등학교 3학년생의 예쁜 딸이 있었다. 영어 교사가 꿈이라며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말끝마다 ‘인샬라! 인샬라!’ 하는 것이었다. 언어 습관처럼 보였지만 자신의 계획도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신앙 고백이다.
‘인샬라!’ 하건 ‘임마누엘!’ 하건, 이슬람교도이건 그리스도인이건 모두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내 믿음과 2천 년 전 나병 환자의 믿음도 다르지 않다. 성체성사로 오시는 주님을 영접한다는 것은 주님을 내 모든 것의 결정자로 모신다는 것이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그분의 뜻에 맞추겠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