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잔치의 비유
오늘 복음의 ‘혼인 잔치의 비유’에서는 잔치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끊임없는 ‘초대’에 반하는 두 가지 유형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됩니다. 곧, 하늘나라에 대한 초대를 외면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대신하여 잔칫상으로 불러들인 이들 가운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입니다. ‘초대받은 이들’이 ‘하늘나라’를 외면할 뿐만 아니라 하늘나라를 선포하는 이들을 박해하는 모습은, 오늘 복음의 바로 앞에 나오는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마태 21,33-46 참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유형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도 그대로 해당됩니다. 신앙의 선물로 하늘나라의 복음을 받았음에도 그것을 하찮게 여기거나 그 메시지에 대하여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그리고 하늘나라의 ‘잔치’를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내적 품성과 외적인 생활의 변화를 게을리하는 것, 이 모두는 우리가 자주 빠지는 유혹이고 저지르는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영성 분야의 대가 십자가의 요한 성인이 『영혼의 노래』에서 채찍을 가하는 내용은 오늘 복음과 관련하여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이렇게 위대한 선물을 얻으려는 영혼들이여, 그대들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에다 마음을 쓰고 있습니까? 그대들이 갈망하는 것은 너무 천박하고, 그대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가련한 정도입니다. 그렇게도 큰 빛을 보지 못하는 그대들 영혼의 눈멀음은 너무나 비참하고, 그렇게도 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대들의 귀먹은 상태는 비참합니다. 그대들은 세상의 영광과 존귀를 찾으면서 실제로 큰 선물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무자격하며 비참하고 미천한 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