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추감사절
"너희가 밭에 씨를 뿌려서 지은 곡식의 맏물을 바치는
맥추절을 지켜라“(출애 23:16)
오늘 우리가 지키는 맥추감사절은 구약성서의 맥추절을 계승한 절기입니다. 첫 수확을 가능하게 하신 하느님께 기뻐하며 감사를 드린 축제였습니다. 구약성서의 맥추감사절은 우리나라에서는 보리 수확과 관계되는 맥추감사절로 계속 지켜져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추감사절은 한해의 반환점인 6월 마지막 주일에 지킵니다.
어거스틴에 의하면, 히브리인들은 애굽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한 박해를 300년 이상 받으면서 믿음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절대 빈자인 노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불타는 신앙심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들끼리는 만날 때마다 그들 특유의 인사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데오 그라티아스”라고 속삭였다고 합니다. 이 말은 라틴어인데 “하느님께 감사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첫 맥추절은 히브리인들이 출애굽하여 40년의 광야생활을 마치고 가나안에서 농사지은 첫 수확물을 하느님께 바친 것에 유래합니다.(레위23:9이하) 가나안은 물이 귀해 농사에 어려움이 많았기에 첫 소출은 보잘 것 없었습니다만, 하느님께 먼저 감사 제사를 드렸습니다.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농촌에서 춘궁기 때, 첫 수확물인 보리를 놓고 맥추감사절을 지켰습니다. 또 근대화 과정에 도시로 이주한 신앙의 선배들은 1년의 절반을 감사하여 맥추감사절을 지켰습니다.
사실 풍족한 은혜를 입어야만 감사한다면 누군들 감사하지 못하겠습니까?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감사할 수 있을 때 누구나 감사할 수 있으며 또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역설이 될지 모르지만, 감사하기 어려운 이시기에 맥추감사절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보다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