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독서 창세기의 말씀은 우리가 잘 아는 바벨탑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좀 더 향상된 건축기술을 가지고 지금보다 더 견고하고 웅장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 하늘까지 닿을 수 있는 높은 탑을 세운 것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인류 역사의 모습을 관통하는 이야기 같습니다. 항상 세상은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며, 그 힘으로 자신의 이름, 영향력을 떨치려 하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하느님 없이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려 했던 그들은 함께 살면서도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되고, 함께 살아가려 했던 도시의 건축도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이런 일은 지금도 허다합니다. 같은 한국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혀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알아들으려 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합니다. 교회공동체로 모여 하느님의 나라, 한 지체를 이루려 하지만 번번이 서운하고, 미워하며 겉모습만 공동체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 중심에 주님의 인도하심보다 더 앞선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성경 말씀을 통해 교회의 시작을 보여주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 봅니다. 교회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가 협조자로 보내주신 성령의 임재를 함께 신뢰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교회로 모이는 것일까요? 그것은 매 순간 임재 하시는 성령의 인도를 민감하게 깨닫는 훈련을 함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인도하심을 알아차리고 순종하는 것은 내 생각과 선택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 있다는 것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교회의 신앙생활은 평화롭고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조금은 수고롭고, 조금은 더 힘겨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 가운데에서 교회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우리 동대문교회가 그를 위한 수고로움과 어려움을 기쁘게 극복해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성령의 인도하심을 삶의 중심에 두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끊임없는 사랑의 말과 행동을 표현할 때, 분명 우리가 전하는 주님의 사랑과 성령의 인도하심이 우리 이웃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전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