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
오늘 복음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베드로께서 영통(靈通)한 능력을 가지고 남들보다 먼저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맞히었다는 신기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의 본문은 우리에게도 그리스도에 대한 인식의 기준을 묻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했으며 무엇을 경험했기에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받아들이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가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전지전능한 분이시기 때문에 그리스도이신 것일까요? 그렇다면 전지전능하신 분이 어떻게 십자가에 달려 그토록 비참하고 무력하게 돌아가신다는 말씀일까요?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이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믿을 수 없어 믿음을 포기했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받고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버림을 받아 그들의 손에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시게 될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은 베드로의 판단처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인 것일까요?
“사람이 되어 오신 말씀”이신 예수님은 끝내 십자가의 길을 걸어 사랑과 희생의 죽음을 맞으시며 “다 이루었다” 말씀합니다. 그리고 다시 살아나셔서 그리스도로 높이 올려 지셨습니다.
이후로 우리들은 주님이 걸으신 그 십자가의 길을 통해서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열어주신 그 분, 예수 그리스도를 성자 하느님이시라 고백하고 찬양하게 됩니다.
어째서 예수님이 우리의 그리스도이신가요? 이제 대답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십자가의 길을 걸어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그 예수님을 다시 살리셔서 진리와 승리의 십자가의 능력으로 우리의 삶과 죽음을 구원해 가시도록 우리의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피와 땀을 흘리며 걷는 우리 인생의 십자가 길들, 우리의 모든 믿음이 흔들리고 배신과 고통과 버림에 직면했던 우리들의 십자가 사건들, 그러한 생생한 경험 속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고서야 우리는 어찌하여 예수가 그리스도이신가를 깊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참으로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