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한 날을 기념하는 주의 봉헌 축일로 지킵니다. 모든 종교에는 그 나름의 제사 의식이 있고, 제사에는 제물, 봉헌물이 있습니다. 구약성서, 출애굽기 13:2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모태를 열고 나온 맏아들은 모두 나에게 바쳐라. 사람뿐 아니라 짐승의 맏배도 나의 것이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곡식도 맏물, 즉 첫 수확을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나의 주인, 우리의 주인이시라는 의미와 동시에 만물의 주인이시라는 신앙의 표현을 담은 행위입니다.
이렇게 첫아들은 주님께 바쳐야한다는 율법에 따라 아기 예수의 부모는 아기를 봉헌하러 예루살렘 성전으로 갑니다. 동시에 이 날은 아기 어머니의 정결례를 치루는 날이기도 합니다. 레위기에 따르면 아들을 낳은 산모의 경우 1주일간 부정합니다. 그리고 그 부정을 벗기 위해 33일간 집에 있어야 합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사제를 찾아가 번제물을 바치고 부정을 벗게 됩니다. 그러니까 총 40일을 집에만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12월 25일, 예수님의 탄생 후 40일째 되는 2월 2일을 주의 봉헌 축일로 지켜온 것이죠.
오늘 교회는 관례에 따라 한 해 동안 교회와 가정에서 기도 때 사용하게 될 초를 축복하는 날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봉헌과 빛’의 관계는 아주 뚜렷합니다. 초는 빛을 냅니다. 하지만 자신을 ‘봉헌’해야만, 바쳐야만 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아기 예수의 봉헌, 그리고 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질 구원을 온 삶으로 기다린 마리아와 시므온, 안나의 봉헌을 기억해 주십시오. 봉헌은 온전히 우리 자신을 바쳐, 하느님 나라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신을 태워 빛을 비추는 이 초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을 태워 빛을 내며 하느님 나라를 바라고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축복하여 나누어드리는 이 초는 우리는 모두 세례를 받으며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촛불입니다. 오늘 받아가시는 이 초를 교회와 가정에서 켜실 때마다 우리가 봉헌된 사람으로서 진정 기다려야 하는 것, 진정 기대해야 할 것, 진정 바라보아야하는 것들을 기억하고 깨닫게 되기를, 그래서 하느님의 빛이 우리를 통해 온전히 세상에 비추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