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순절의 첫 날인 재의 수요일입니다. 이날 우리는 이마에 재를 바르며 말씀을 듣습니다. “인생아 기억하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 말씀은 결국 흙으로 돌아갈 인생이니 인생무상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아무것도 아닌 흙에서 사랑으로 우리 생명을 창조하셨음을 기억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듯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알고 계신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가 돌아갈 곳은 다시 하느님의 품이라는 뜻입니다.
이미 다 알고 계시고 지켜보고 계시는 하느님 앞에서 ‘위선’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모든 것의 회복을 허락하신 하느님 앞에 우리의 정직한 죄와 허물, 아픔과 고통을 고백했을 때, 그 때 진정한 회복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 시작을 교회공동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위선이 아니라 정직한 고백과 나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누고 받아들일 때, 바로 그곳에서 하느님의 회복의 손길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기 위해 ‘교회’로 모인 것입니다.
오늘 내 머리에 바르는 재를 통해서 그 시작의 결단을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