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세례란 “물에 잠기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요한을 통해 세례를 받기 이전에는 세례라는 말의 의미가 그렇게 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말에 더 두터운 뜻을 담으신 듯합니다. 마르코 복음 10장 38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자기가 받게 될 고난과 죽음을 가리켜 자신이 받아야 할 “세례”라고 말씀하시는가 하면, 루가복음 12장 50절에서는 ‘다 겪어낼 때까지 얼마나 괴로울지 모르는’ “세례”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예수님께 세례란, 단순히 ‘물에 잠긴다’라는 뜻을 훌쩍 넘어서, 어떤 고난에 참여하고, 그 고난을 인내해야만 한다는 뜻이 덧붙여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혹자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세례는 물에 “잠긴다”기보다
는 “휘말리다”, 특히나 곤경에 “휘말리는 것”을 뜻한다고 말합니다. 오늘 들으신 1독서, 그리고 2독서를 살펴보면 세례가 누군가의 곤경에 휘말리는 일이라는 사실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이 1,2독서 이야기 모두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침, 힘겨움을 발견합니다. 이러한 아픔 위에서 예수님께서 받으신 세례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세례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영광스러운 일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아픔에 스스로 참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세례 받은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감당해야 할 여러 곤경 앞에서 잠시 멈추어,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움직이려는 자기 자신을 붙잡아 두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수영하기 위해서는 물속에서 억지스러운 몸짓을 멈추어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고집을 꺾어야 합니다. 두려움 가득한 물살에 자신을 완전히 맡기듯이, 교회로 모인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하느님과의 관계에 자신을 개방해야 합니다. 물을 조금 먹게 된다 해도 숨 쉬기 위해 입을 크게 벌려야 하듯이,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지만 옆 사람에게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가야 합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세례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