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뱉는’ 기도를 ‘삼키는’ 기도로
오늘 제자 중 한 명이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합니다. 그의 질문에서 알 수 있듯 당시에는 요한을 비롯한 많은 공동체들이 자신들만의 특별한 기도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이 요청한 것은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 자신들만의 특별한 기도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에 하나의 기도를 외우십니다. 이 기도가 모든 그리스도인의 지침이 됩니다.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기도의 첫 문장부터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십니다. 첫 단어 ‘아버지’, 당시 유대인들은 감히 하느님을 친근한 단어로 부르지 못했습니다. 신에 대한 불경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과감하게 우리말로 ‘아빠’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엄마’라 표현해도 좋습니다. 핵심은 우리 존재가 하느님을 아빠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분과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기도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십니다.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나의 모든 선택과 행동의 최종 목적은 하느님 나라의 성취라는 뜻입니다.
후반부의 기도는 모두 이 첫 구절을 위한 기도입니다. 일용할 양식, 죄와 용서, 그리고 유혹을 벗어나는 우리 일상의 모든 간구는 하느님의 나라를 성취하기 위한 도움들입니다.
우리가 항상 하는 ‘기도’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의 주된 기도가 얼마나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기도와 가까운지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는 제자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우리의 모든 필요를 아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주의 기도를 포함한 모든 ‘기도’는 우리 자신을 위해 주님이 마련해 주신 선물입니다. 나의 소원을 주님께, 나의 바람을 이웃에게 ‘내뱉는’ 것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주님은 기도를 통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깨닫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살아가도록 변화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를 삼켜야 합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혹은 하느님이 듣도록 하는 ‘내뱉는’ 기도가 아니라 나 자신을 깨닫고, 내가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기 위한 ‘삼키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내뱉어야 할 것은 주님이 가르쳐주신, 혹은 내가 바라는 기도문이 아니라, 주님에 알려주시는 기도를 삼키고 소화시켜 우리의 실천으로 내뱉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