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어제 복음과 같은 내용을 달리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믿지 않는 사람의 불행이 아니라 믿는 사람의 행복을 더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 도마(공동번역에는 토마스로 표기됨) 사도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주님이며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요한 20,29)은 행복합니다.
도마는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던 다른 제자들의 증언을 믿지 못하여 예수님의 상처를 자신의 눈과 손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장담하였으며, 그분의 발현을 보고서야 믿었습니다. 도마 사도 이후 이제 교회의 믿음은 눈으로 보고 믿고 받아들이는 것에 기초하지 않고 오직 사도들의 증언에 의존해야 합니다. 사도행전은 첫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 사도들이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했다고 전합니다. 그 공동체 신자들의 믿음 역시 사도들의 증언을 들음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요한 복음사가는 우리가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생명을 얻게 하려고 복음서를 저술했다고 고백합니다. 어제 묵상한 대로 우리의 믿음은 이러한 사도들과 복음서 저자들의 증언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바로 사도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됩니다. 우리가 사도들의 증언을 듣고 의심 없이 주님의 부활을 믿을 수 있다면, 우리는 주님의 발현을 보고서야 믿게 되었던 도마 사도보다 행복합니다. 제2독서에서 말하듯이, 그 믿음은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태어나게 하고 세상을 이기게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도마 사도처럼 수많은 고통과 좌절과 절망을 체험하게 되며, 더욱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때일수록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경우를 자주 만납니다. 그러나 부활에 대한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우로 사도는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로마 8,24) 하고 선언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희망하는 사람은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희망을 가진 사람은 미래를 보고, 그 미래 때문에 미래를 이미 앞당겨 사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