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어떤 교우분이 성공회는 추수감사절을 지키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분은 추수감사절의 기원을 청교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청교도라는 사람들은 영국교회(성공회)가 싫어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반가톨릭적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성공회가 완전히 프로테스탄스가 되길 바랬습니다. 이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고생고생하며 미국으로 건너가 겨우겨우 정착하여 첫 추수를 마친 후에 추수감사 예배를 드린 것이 추수감사절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성공회는 추수감사절을 지키면 안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추수감사절의 기원을 청교도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추수감사절의 기원은 성서에 있습니다. 최초의 추수감사는 가인과 아벨의 제사입니다. 그 이후 초막절로 그 전통이 이어집니다. 초막절은 이스라엘이 큰 기쁨을 갖고 지키던 3대 절기 가운데 하나로, 농사력이 끝나는 가을에 지켰으며, 40년간의 광야에서의 유랑을 상기하면서 계약을 갱신하는 절기였습니다.
이 절기는 일반적으로 추수가 끝날 즈음이었습니다.(출34:22) 보통 ‘장막절’이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초막절의 다른 이름으로 성서에서 나오는 것들로는 ‘수장절’, ‘야훼의 절기’라고도 하였습니다. 초막절은 "네가 수고하여 이룬 것을 밭에서부터 거두어 드릴 때", 즉 추수기와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땅의 소산을 풍성한 수확으로 주시겠다는 약속을 대대로 기억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레23:34-41)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가 너희의 소산을 먹을 때 너희에게 그것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라."고 명하였으며, 그후로(혹은 그전에도) 인간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땅의 소산을 허락해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를 드려왔습니다.
추수감사절을 따로 정한 것은 미국 이주자(청교도)들에 의하여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즉 이 관습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회에서 행해졌던 것입니다. 추수감사절은 반드시 비켜야만 하는 의무적인 날은 아닙니다. 교회력을 강조하고 전례의 일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한성공회도 추수감사절은 각 교회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날짜를 정해서 지킵니다. 그러나 추수의 시기에 맞추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여러 가지 감사한 일들을 생각해보며, 하느님께 감사하는 절기로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