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새 희망이 가득한 부활 3주일, 우리는 오늘을 가정주일로 기념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에 관한 기념일이 가장 많아 가정의 소중함을 돌이켜 보라는 의미로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우리 교회도 5월 한 달을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귀한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달로 지킵니다.
가정은 하느님의 창조 섭리 안에 있는 선물입니다.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뜻대로 짝이 되어 첫 가정을 이뤘고, 그 이후로 가정은 생명과 생명이 만나는 자리, 새 생명이 잉태되는 자리로 하느님의 창조 섭리가 어떤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이루는 가정은 그 자체로 온전하지 못합니다. 성서는 첫 가정을 이룬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을 어떻게 거역했는지를 보여주었고, 또 수많은 형제간의 다툼과 부모와 자식 간의 불화를 통해 파괴되어 가는 모습도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가정은 축복과 안정의 자리임과 동시에 분열과 상처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최근 가정의 모습은 많이 변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생각해왔던 가정, 가족의 개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부부만 살거나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하고, 한 부모가정, 조손가정, 동거가정, 미혼모가정, 그리고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마을 공동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가정은 법적으로 부모 자식으로만 연결된 관계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위해 헌신하는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공동체를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교회를 또 하나의 가정이라 부르는 일은 어색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가정,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위해 헌신하기로 다짐한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하느님의 창조 섭리, 그분의 사랑이 가장 온전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가정인 교회에 가족으로 모인 다른 교우들을 사랑 가득한 눈길로, 배려 가득한 섬김으로 보살피는 5월이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