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자신과 신자들의 관계를 ‘목자와 양 떼’로 비유하십니다. 목자와 양의 관계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입니다. 목자는 자기 양들을 우리에서 이끌어 낸 다음, 앞장서서 쉴 곳과 먹을 곳을 찾고 양들은 그를 충실히 따라갑니다. 길을 가던 중에 방황하고 헤맬지라도 양들은 목자의 목소리를 알기에, 본래 가야 할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해가 지면 목자들은 다시 양들을 우리에 몰아넣습니다. 울타리가 쳐진 이 안전한 곳에서 양들이 하룻밤 다시 쉼을 얻도록, 내일 다시 풀밭을 찾아 떠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각기 다른 목자들이 주인이 다른 양들을 한 우리에 몰아넣지만, 양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습니다. 양들은 자신을 이끄는 목자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착한 목자인 주님과 함께, 그분의 사랑 속에 사는 양들이 얼마나 행복할지는 묻지 않아도 알 듯합니다.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는 이러저러한 고민과 불안, 죄책감과 후회를 떠안고 사는 보통의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2독서 묵시록의 저자가 말하듯이, “어린 양이 흘리신 피”로 인해 새 희망을, 없어질 수 없는 희망을 얻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현실적인 고통과 좌절 앞에 서게 되겠지만, 주님의 도우심으로 다시는 주리지 않을 희망, 작열하는 태양도 마르게 하지 못할 기쁨,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할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활의 주님을 맞이한 초대교회의 신자들처럼 우리도, 어떤 여건 속에서도 다시 기쁨이 넘치는, 사랑이 가득한 새로운 삶을 위한 터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주님의 순한 어린 양이자,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우리 교우 여러분,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고민과 불안, 실패와 좌절에도 희망을 놓지 마십시오. 양 한 마리가 길을 잃었을 때, 나머지 양을 세워두고 한 마리 양을 찾아 깊은 계곡으로 찾아 내려가시는 그 목자, 우리가 편할 때나 괴로울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올바른 길을 안내하시는 착한 목자이신 주님이 우리 곁에 언제나 함께하심을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주님의 순한 양인 우리도 우리의 목자께서 인도하시는 그 길을 따라, 영원한 생명이 펼쳐질 새로운 초원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갑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감사함으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