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성사'인 우리>
그리스도교가 말하려는 진리는 어쩌면 매우 단순합니다. 이전까지 눈으로 볼 수 없었고, 손으로 만질 수 없었던 하느님이라는 분을 예수라는 인물, 예수라는 성사를 통해 확실히 경험했다는 고백입니다. 그가 죄인들과 식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병든 이들을 품어 안는 모습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에게 떠밀려 십자가에 달리시는 모습에서, 그리고 부활하여 나타나신 모습에서 예수님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보았다는 고백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을 떠올리게 하는 ‘성사’인 셈이지요.
예수님은 제자들을 소금과 빛이라고 부르십니다. 소금과 빛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릴 때, 그 너머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입니다. 음식을 맛보며 소금을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혹은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소금을 뿌렸을 요리사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어두움 한 중간에서 한 줄기의 빛을 본 사람은, 저 멀리 누군가 촛불 하나 들고 서 있으리라고 떠올릴 수 있습니다.
소금과 빛은 그 너머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제자들이 소금과 빛이라면, 세상 사람들은 제자들을 통해 제자들 너머에 계신 누군가, 즉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떠오르게 하는 ‘성사’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그 통로가 되라는, 즉 성사가 되라는 명령을 주고 계십니다.
이 명령은 긴 시간을 흘러 우리에게도 전해집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마지막 꿈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사’로서 살아가기를 꿈꿉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떠오르게 하는 한 명, 한 명의 성사입니다. 여러분의 입술을 통해 위로받는 이들에게, 여러분의 손과 발을 통해 사랑을 건네받는 이들에게,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떠오르게 하는 성사입니다. 여러분의 공동체인 이 교회는,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밝히 드러내는 가장 거룩한 성사입니다.
거룩한 여러분의 삶을 축복하며, 언제나 그리스도의 성사로 사시기를, 그 안에 은총과 평화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