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뚜벅뚜벅걷다" 2024. 10.13
프랑스어: 최경란 “노벨문학상, 그들도 깨쳤구나 싶었다”
“비현실적인 공간에 붕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곧 ‘드디어 그들도 깨쳤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기쁨에 휩싸였습니다.”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를 프랑스어로 옮긴 최경란 번역가는 노벨문학상 발표 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찌 보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번역가는 “번역 과정에서 표현이 모호하거나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아 작가에게 확인해야 할 부분이 발견되기도 한다”며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질문할 거리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한강 작품의 매력도 이와 상통한다. “깊고 풍부한 동시에 모호성은 배제되어 정확한 의미를 마음속으로 똑바로 전달하는 정제된 언어가 한강 문학의 매력입니다.” 최 번역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는 특별히 번역이 어려운 작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왜일까. 그는 “좋은 작품을 번역할 때는 즐거움이 배가되기 때문”이라면서 “이 작품을 번역한 시간은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어: 윤선미 “멈추기 어려울 정도로 울면서 번역해”
“처음 ‘채식주의자’를 읽고 너무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어요. 이후로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소식에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노벨문학상은 (당장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얼마든지 받을 작가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교수인 윤선미(59) 번역가는 한강의 ‘채식주의자’(2007)와 ‘소년이 온다’(2014) ‘흰’(2016)을 스페인어로 옮겼다. 어린 시절 아르헨티나에 산 그는 현지에서 스페인 문학을 전공하고 30대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번역을 하면서 “처음엔 한국 문학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국 문학의 차세대 기수를 소개하는 한 기사에 실린 한강이 어느 날 윤 번역가의 눈에 들었다. 곧바로 ‘채식주의자’를 읽은 그는 “읽자마자 스페인어로 번역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저 작품에 매료돼 시작한 번역은 ‘채식주의자’의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 수상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후로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을 번역한 데 이어 지금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스페인어로 옮기고 있다는 윤 번역가는 한강 작품들을 “울면서 번역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로 작품을 읽을 때와는 다르기 때문에 번역할 때는 눈물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멈추기가 힘들 정도로 (소설에) 몰입하다 보니 눈물이 나더라”라고 했다.그러면서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보편성 있는 작품이라 세계 독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벅차오른다는 윤 번역가는 “해외에서 아시아 문학 중에 제일 적게 알려진 것이 한국 문학”이라면서 “(한국 문인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이미 이름이 알려진 작가가 아니어서 (한국 문학을 찾아 읽기보다) 아직은 낯선 상태에서 호기심으로 읽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한강의 작품에는 “이런 우연을 ‘필연’으로 바꿀 힘이 있다”는 것이 윤 번역가의 말이다.
노벨문학상 이야기를 마치며.
오늘은 동대문교회 축성 54 돌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새로이 서울교구 주교로 착좌하신 김장환 주교께서 아침에 교회를 방문하셨고 장시간에 걸쳐 예배를 주관하셨다. 두 신자를 위한 견진성사와 특별 축복기도가 포함된 예배였다. 동대문교회 평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금 고마움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전에 여러 번 그래왔듯이 여기 게시판에 예배 기록을 남길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고 다시 노벨문학상 얘기로 게시판을 이어갔다. (** 사진 기록과 부지런한 주보도 있다)
세계적 명성과 권위를 누리는 문학상이지만 설마 한강 작품을 광고할 의도에서 윗글을 옮겼겠는가. 너무 짧아서 아쉽긴 하나 새로운 각도에서 그리고 시야를 넓혀 작품을 바라볼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것을 끝으로 앞으로 노벨문학상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으려 한다. 물론 다른 교우께서 올리시는 경우는 다르겠다. 모국어와 책을 사랑하고 문학의 힘을 믿는 교우들의 건승 건필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