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큐메니칼 회의 “극우주의와 세계교회의 대응” 공동성명서
International Ecumenical Consultation “Far-Right Extremism and the Response of
the Global Church
2024년 12월 3일 밤 한국의 비상계엄은 충격이었다. 이는 극우화된 집권세력에 의해 퇴행을 거듭하던 한국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법한 절체절명의 위기로서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태였다. 그러나 2024년 겨울부터 2025년 봄까지 국가의 주권자인 시민이 직접 나서서 극우화된 집권세력의 친위 쿠데타를 저지하였으며, 놀라운 사회적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였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로 일부 개신교를 중심으로 하는 극우주의 정치세력의 부상은 한국 사회에 무거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지난 6월 3일 선거로 한국에서는 사회통합과 사회 대개혁의 기치를 내건 새 정부가 출범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전환기에 아시아와 북미, 유럽에서 정의와 평화, 일치와 연합운동에 복무해온 신학자와 성직자, 청년과 여성운동 지도자 80여 명이 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극우주의와 세계교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서울의 대한성공회 대학로 교회에 모였다. 우리는 한국사회가 겪은 엄청난 위기가 결코 예외적인 사태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다. 오히려 위기를 극복한 한국의 사례가 예외적이라 할 만큼 세계적으로 극우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현실을 주목하였다.
아시아 국가에서 군부와 권위주의 정부의 통치가 매우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여러 형태의 극우세력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 미얀마 준타 정권은 4 년째 국가 비상사태를 지속하며 민주화를 말살하고 온갖 인권유린을 저지르고 있으며, 태국과 인도네시아 군부는 민주주의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 필리핀 정부는 정치적 반대자들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극심하게 탄압하고 있다. 튀르키에 및 중동지역에서도 극우주의에 경도된 권위주의 정권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인종주의적 식민화/분리 정권(추가:정책에 따른 집단학살과 거주지 파괴)은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인종학살로 여겨지는 극심한 고통을 가하고 있고 국제적 대결을 강화하고 있다. (추가: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격 비판) 일본에서는 군사주의 망령에 붙들린 정치세력이 평화헌법 체제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편승하여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극우세력이 그 세를 확산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와 헝가리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기존의 민주적 정당 질서를 위협할 만큼 극우 정치세력이 급성장하는 추세를 띠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지역의 일부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강화 현상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추가: 브라질 상황) 미국의 트럼프 정권의 재집권은 세계적 추세가 되어버린 극우세력의 부상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이는 강고한 민주주의적 전통에서도 합법적으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지역의 일부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강화 현상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특별히 극우 정치세력과 기독교 민족주의의 결탁 현상을 목격하며, 이를 크게 걱정한다. 이른바 영적 전쟁을 빌미 삼은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의 행태는 적대적 세계관을 강화하며,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심지어는 불의한 권력을 정당화하고 지지한다. 이는 정의와 평화를 이뤄야 할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저버린 것일 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며 사람들 가운데서 화해를 이루는 복음의 본질을 오도한다. 우리는 세계 공통의 현상으로서 극우주의의 부상, 그리고 그와 기독교 민족주의의 결합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면서 그 대안을 숙의하였다.
극우주의가 파시즘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파시즘의 위기는 언제나 사회경제적 위기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경제적 격차로 인한 상실감과 사회적 차별로 인한 소외감이 자양분이다. 정치세력이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력의지를 구현하고자 할 때 파시즘 현상은 파시즘 체제로 귀결된다. 바로 이 점에서 사회적 평등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확립과 평화지향적인 국제관계의 형성이 극우 정치세력의 준동을 막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 그리고 에큐메니칼 공동체에 다음과 같이 촉구하고 제안한다.
1. 지금 세계는 진정한 민주주의, 더 확장되고 심화된 민주주의가 절실하다. 각국 정부는 주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온전히 수용하는 민주주의로 발전시키며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대안 마련에 매진하기를 촉구한다.
1.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하나의 에큐메니칼 공동체는 세계적 차원에서 부상하고 있는 극우주의 현상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그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구체적 과제로 이 회의에 참여한 단위를 중심으로 하여 극우주의 대응 에큐메니칼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신학적 토론과 상황에 기초한 대안을 발전시키기를 제안한다.
1. 우리는 극우주의자와 기독교 민족주의의 결합 양상이 특히 미국과 한국에서 두드러진 현상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미교회를 포함한 세계교회가 서로 협력하여 공교회성을 회복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제안한다.
1. 국제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세계적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고 누구나 존엄한 인권을 보장받는 세계를 이루기 위해 더욱 분발하기를 촉구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십니다. (에베보서 2:14a)
For he himself is our peace, who has made the two groups one and has destroyed the barrier, the dividing wall of hostility (Ephesians 2.14a)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전하신 평화의 복음 안에서 오늘의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정진할 것이다.
2025년 7월 1일
국제 에큐메니칼 회의 “극우주의와 세계교회의 대응” 참가자 일동
주.
1. 위 성명서 전문은 공식 성명서로 확정되지 않은, 말하자면 초안인 셈이다. 하지만 회의 2일차 유투브 기록 영상물을 통해 토의 전 과정을 지켜본 결과, 공식 발표문으로 여겨도 괜찮아 보인다.
2. 적실한 용어 선택과 윤문, 극히 일부 첨삭 과정(특히 영문)이 뒤따르겠지만 공식 성명서도 위 초안과 거의 같을 것으로 본다. 영문 성명서는 한국어 발표문과 일체를 이루는 문서이겠으나 분량을 고려하여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