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시대의 종교역할 성찰...‘2026 오대산 세계종교평화포럼’ 개최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2026 년 6 월 5 일
황경운 기자
“평화 논의 앞서 종교 기득권부터 해체해야” 자성 목소리도
국내외 종교학자들이 종교가 전쟁과 폭력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역사를 성찰하고, 평화구축을 위한 종교 본연의 역할 회복을 촉구했다.
5월 30일 강원도 평창 대한불교조계종 제 4 교구 본사 월정사에서 “2026 오대산 세계종교포럼”이 열렸다. 월정사 화엄선 연구소, 아시아 종교 평화회의, 대전환 포럼이 공동 주최한 이번 공개토론회에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이슬람교, 가톨릭 등 다양한 종교학자들이 참여해 발제와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출간된 학술서 “기도는 왜 총성이 되었나”(동연, 2026)의 공동 저자들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분쟁이 격화되는 시대에 종교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찬수 아시아종교평화학회 부회장은 6월 1일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에, “학회 소속 학자들이 저서 출간을 계기로 종교의 한계와 문제를 반성하는 공동 학술회의를 화엄선 연구소 측에 제안했다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 – 하마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면에는 종교적 충돌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종교가 정치 권력에 종속된 현실을 성찰하는 것이 이번 포럼의 근본 취지“라고 덧붙였다.
월정사 생명문화원장이자 화엄선 연구소 고문인 현기 스님은 공개 토론회 현장에서 ‘모든 종교인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며 종교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현기 스님은 “종교가 평화를 논하기 앞서 종교와 종교인이 누려온 기득권을 우선 해체해야 한다”며 “거대한 성당, 교회. 사찰을 짓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도탄에 빠트린 것도 종교”라면서 종교의 처참한 허물이 AI 시대에 더욱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기 스님은 “종교권력 지배력의 해체, 종교자본의 해체, 종교인의 사적 소유를 해체하여야만 종교가 평화를 얘기할 수 있다’며 기성 종교의 철저한 참회를 주문했다.
기조 발언에 나선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과 이성훈 인권평화 민주주의 대사는 현 국제정세 속 종교의 역할을 조명했다. 정념 스님은 패권과 힘의 논리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깊은 성찰을 통해 종교 본연의 평화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성훈 대사는 ‘문명 대전환 시대 빛의 혁명과 종교평화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종교간 평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주문했다.
발제에서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 등 각 종교학자들이 종교역사 내 폭력과 전쟁 사례를 분석했다. 이찬수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기독교 국가들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정의로운 전쟁‘으로 포장하며 국가주의에 종속됐던 현상을 지적했다. 홍미정 교수는 십자군 전쟁이 정치적 야망과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결합된 패권전쟁이었음을, 이병성 교수는 유럽 30년 전쟁을 거치며 종교 절대주의가 정치전쟁으로 변질된 과정을 각각 설명했다.
또한 원영상 교수는 태평양전쟁 당시 국가권력과 결합해 군국주의를 뒷받침한 일본 불교의 행보를 비판했다. 문유정 교수는 로힝야 난민 사태를 예로 들어 식민주의와 종교 편견이 중첩된 폭력구조를 짚었고, 정상교 교수는 전쟁의 근원을 인간의 탐욕과 분노에서 찾으면서 인식전환을 통한 평화구현 방안을 제시했다.
화엄연구소장 향산 스님은 6월 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발제 내용 중 ’분별이 곧 폭력‘이라는 대목에 깊이 공감했다“며 ”여러 종교가 생명과 전쟁 문제에 대해 활발히 논의할 수 있어 유의미한 자극이 됐다“고 평가했다.
향산 스님은 ”다양한 종교학자들이 모여 전쟁과 평화담론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분별을 낳을 위험성은 존재하지만, 공통 주제와 키워드를 사유하고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이번 포럼은 아를 전면적으로 소화하기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며 “향후 일정을 확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제 이후에는 현기 스님을 좌장으로 가톨릭, 성공회, 이슬람 종교학자들이 참여해 즉문즉답 방식으로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행사는 ‘전쟁 미디어와 종교: 가자에서 오대산까지’를 주제로 전쟁과 정치, 미디어, 종교의 상관관계를 다룬 특별대담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찬수 부회장은 “아시아 종교평화학회는 아시아적 맥락에서 종교의 평화 기여 방안을 모색하고 연구자들의 이론을 현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매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해왔다”고 밝혔다.
학회는 오는 2027년 1월, 기존 한일 양국을 넘어 중국, 대만, 호주 같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학자들로 참여 범위를 확대해 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재차 논의한다. 현재 이 학회에는 한국 회원 80여 명, 일본 회원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주.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은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