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송금된 외상 축의금"
1997년도 말,
IMF경제위기로 나라 경제가 거덜 나고 모든 국민들은 좌절과
상심으로 삶의 의욕을 잃고 마냥 실의에 빠져 있었다.
사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을 때
이미 결정해 놓은 아들녀석의 결혼식을 치루게 되었다.
마음 같아선 경기가 풀리고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결혼식을 연기했으면
좋으련만 이미 결정된 혼사인지라 그냥 식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친척과 친지들에게 빠뜨리지 않고 청첩장을 발송했다.
그리고 며칠 후 사업하던 친구에게서 편지 한 장을 받았다.
“친구야 지금 내가 무척 힘이 들거든~
자네 아들 결혼식에 참석 못해 정말 죄송하네.
내 숨 좀 돌리면 축의금을 보낼테니
축의금 장부에 내이름을 적고 '외상'이라고 좀 써주게.....“
친구가 운영하던 작은 사업체는 IMF경제 위기로 부도에 몰려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친구와 연락이 끊어진채 서로 소식없이 몇년이 흘렀다.
당시 친구 연락처라곤 삐삐 번호만 남아 있을 뿐 달리 연락처도 없고
딱히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몇 년이 지나 점차 잊혀져 가던 어느 날 친구로부터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등기우편 속에는 백만원짜리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고.
간단한 인사말이 함께 들어 있었다.
“친구여~! 미안하네. 외상 축의금을 이제야 보내네.
이제 겨우 한숨 돌렸어. 가게도 차렸고 아내와 둘이서
운영하는 국밥집일세 열심히 하다보니 이제 저축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네.
장사라는 게 다 하기 나름 아닌가?
그동안 바빠서 고향에도 못 갔는데 좀 한가하면 고향에
내려 갈테니 그때 만나세."
"자네 집 전화 번호 알려주게. 여기 내 핸드폰번호 일세.“
친구의 등기편지를 받고 나는 많은 상념에 젖었다.
사실 축의금은 안 보내도 되는데........
아무리 약속이라지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오히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세상인데.......
약속도 빚이라고 철저히 지키는 나의 친구.....
세상에 나에게 이런 훌륭한 친구가 있다니 친구의 밝은 얼굴이
추석의 보름달 만큼이나 크게 와 닿는다.
-담아 온 글-
오 수잔나/커니후란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