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예배를 마치고 난 오후 1시. 여름철 뙤약볕이 기세를 떨치는 시간이다. 7월을
하루 남겨 놓은 유월의 끝날에 벌써 '마른 장마'란 말이 떠돈다. 이렇게 날씨를 꺼내는 속내에는 여름 폭염의 공포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이 실려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서, 비슷한 시각 판문점에선 남북미 세 정상들이 깜짝 만남을 연출했다. 사실상 3자 정상회담이었다. 설령 물밑을 오갔을 면밀한 사전 기획을 감지했다 할지라도 극적 요소가 돌출한 회동이었다. 이후 실질적 회담이
이어진다 하니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체제가 정착하는 결실을 맺도록 빌어본다. 이 지점에서 모든 교우님들이 다 같은 마음이리라.
바우로회 월례회다. 여섯 회원이 바우로실에 모였다. 조호용 엘리아, 김창수 사무엘, 정태황 도미니코, 정호철 요한, 고현종 프란시스코,
김진수 애단. 그리고 사회자 격으로 천상화 세례 요한 신부께서 참석하셨다. 집담회를 열기에 알맞은 분위기에서 사제가 대화를 이끌었다. 지금
교회는 사목단(장기용 요한 관리사제, 천상화, 한주희 한나 사제, 양지우 루가 사제)이 이끈다. 사목단이 부임한 지 얼추 1년이 돼가지만 이런
모임에 참석하기는 처음이란다. 얇은 벽을 사이에 둔 옆방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똑같은 시간 안드레아회가 교사회 교육 월례회를 여는
중이다. 뜻하지 않은 그 목소리들이 정겹다.
오늘의 주제는 자유롭다. 먼저 각자 근황을 주고받았다. 큰 변화없이 열심히 일한다는 대꾸들이 주를 이뤘다. 꿋꿋하고 한결같은 모습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안쓰러움 같은 감정도 인다. 노장년의 일이 일상의 수고로움에 그쳐선 안 되리라. 적어도 노동의 기쁨이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나이 먹은 사람들에서도 유행하는 단체카톡방과 관련해서였을 것이다. 마구 퍼뜨리는 가짜뉴스성 정보와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했던 사례가 회우들한테서 여럿 나왔다. 하지만 이날의 중심 주제라면 전도활동이었다. 이를테면 교회의 중추라 할 바우로회원들이 전도에도 앞장서야 하지
않겠냐는 주문이었다.
미션(선교)은 크리스천의 미션(사명, 임무)일 터이다. 여기에 이의를 다는 이들은 없다. 하지만 활동 방향이나 그에 걸맞는 사표역할은
어떨지 몰라도 바우로 회원들에게서 주동력원을 기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 같다. 단지 신체적 활동력, 경제력 뿐일까. 더 이상 종교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 현상은 세계적이다. 그러니 무종교인은 물론이고 타종교, 역사와 지역문화, 인종, 종파를 아우르는 겸허하고 섬세한 지성이 선행해야 한다. 이
참에 이런 생각도 든다. 교회의 중심이 젊은이와 여성에 위치해도 괜찮을 뿐더러 건강해 보인다고. 교회공동체는 새로움을 기꺼이 포용하는 젊은이와
여성의 견결한 신앙에 크게 빚지고 있다.
따라서 질문의 핵심은 누가? 라기보다 어떻게? 에 놓인다. 바라 마지않는 교회상에 관한 얘기도 나누었다. 성경강독 시간에는 성경에만
집중했으면, 다시 말해 사사로운 담화는 따로 마련한 시간에 나눴으면 좋겠다. 그저 쳇바퀴 돌듯 주일예배만 참석하는 것을 넘어 의미 있는 신앙생활을 했으면.
교우끼리 인사를 잘 했으면 하는 바람들. 개편된 홈페이지와 관련하여 불만 섞인 지적도 있었다. 예를 들어 글싣기와 댓글기능의 전면적 폐쇄, 건조해
보이는 교회소식과 영상(사진) 이외 거의 실리지 않는 서술문, 그리하여 마치 문자를 기피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고. 역시 선교활동의 유용한 도구로써
홈페이지를 바라보고자 하는 고민이었다.
정기적으로 성경을 공부하는 과정을 살려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정호철 신자회장은 어느 철학교수의 강연을 듣고 감화를
받았다는데, 주제는 몰입이었다고. 고현종 교우가 말했다. "나는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고현종 교우. 동대문교회에 나온 지 반년 쯤 된다 하는데 이날 처음
만난 교우다. 필경 짙은 수염을 기른 외모 때문에 그랬을 게다. 처음 본 순간 설핏 다석 유영모 선생이 떠올랐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몇마디 얘기를 나눠봤다.
실제로 그는 다석과 애천(함석헌)을 잘 아는 듯했다. "냉담 신자"였던 적도 있었고 퀘이커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고 했다. 종교를 보는 다원적
자세랄까, 구도자 같은 풍모에 살짝 매료됐다.
천 신부는 내게 심방 의사를 두 번이나 물어보신다. 최근 입원하신 바 있는 어머니를 염두에 두신 까닭에서다. 김창수 바우로회 회장은 어머니 병문안을 못 가 미안하다며 하얀 봉투를 건네주신다. 새해 들어 띄엄띄엄 주일예배에 참석해오다가 3월 이래 그마저도 건너뛰게 됐다. 이날 오랫만에 손을 잡아주며 반가워해주신 베드로회 아버지들, 어머니들께 깊은 고마움의 말씀을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