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이 아닌 정상적인 외출이다.
자유인의 해방감이 콧구멍에 팍팍 들어온다.
택시 밖 서울 풍경도 일요 휴식 중인지 고요하다.
동대문 성당에 들어서니 신자회장이 먼 발치에서 긴가민가 쳐다본다.
이내 흥겹게 달려온다. 목발 짚은 모습이 안쓰러운가 보다.
교회의 수호신, 목련나무도 반기는 듯 미풍에 날개짓한다.
영성체를 앉아서 받겠다 부탁하니 앞 좌석으로 안내해준다.
입당성가가 흐른다. 과연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가슴을 울린다.
모든 성찬례가 몸에 스며든다. 스며 넘쳐나면서 눈에 자꾸 안개가 낀다.
설교 말씀은 안식일에 관해서다. 하느님이 높임을 받고자 오신 날이 아니고,
제자들을 편히 안식시키고자 오신 날이다.
매여 있는 제자들을 풀어주기 위해 오신 하느님!
광고시간. 신자회장이 첫 순서로 나를 소개한다.
전 교우가 보내주시는 환대의 눈빛 반갑고 미안하다.
교우들 퇴장시간에 민폐 끼칠까봐 잠시 뒤에 앉아 있었다.
박엘리자벳 교우님. 아흔을 넘기신 춘추임에도 정정하시니 참 보기 좋다.
누구 못지않게 반겨주시면서 어느새 내 바지 주머니에 봉투 하나를 밀어 넣으신다.
'얼마 안 되지만 맛 있는 거 사 먹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
평소 변변하게 모신 적도 없는데 마치 내 어머니를 뵙는 것 같다.
여기 동대문교회 다니시다 저 세상으로 먼저 가신 내 아버지, 어머니, 큰형,
그리고 내 옆지기의 형상이 스치며 퇴장하는 발걸음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다.
소박한 집밥 같은 애찬에다 직접 운전하여 편하게 귀원시켜주신 교우님이 고맙다.
하여튼 은혜 충만한 오늘이 아닐 수 없다.
저녁 땐 고추완자부침, 깻잎부침, 빈대떡 등 광장시장표 별식을 즐겼다.
모두 일전에 며느리한테 주문한 것들이었다.
별식에다가 손녀 재롱 두어 잔에 흠뻑 취해버렸다.
저녁노을 울타리 친 병원 정원의 소나무 우산 밑.
그 아래 벤치에 앉아 소풍의 호사를 누렸다.
이 또한 힐링 쏘 굳
안식일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