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백지화, 물러설 수 없는 소명11일, 9일기도 마무리 미사 봉헌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19년 11월 12일자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
제2공항 건설 계획 전면 취소를 호소하는 9일기도 마무리 미사가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됐다. 매주 월요일 진행되어 온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월요미사’와 함께 봉헌된 이날 미사에는 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허찬란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생명과 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작한 9일기도는 지난 3일부터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매일 이어졌다. 현재 제2공항 건설 계획 백지화를 호소하는 제주도민들의 농성은 제주도청에서 서울과 세종시로 이어진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으며, 박찬식 상황실장의 농성도 이날로 11일째다.
‘생명과 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9일기도를 마치며 호소문을 내고, 다시 한번 정부에 제2공항 계획 전면 철회를 호소하고, ”강정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또다시 (공군)기지를 제주에 창설하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제2공항 건설을 막는 것은 우리의 소명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국토부와 환경부는 제2공항이 부적합한 공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주도민을 속였고, 정부와 제주도정, 민주당은 제주도민의 고통과 아픔에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혈세 5조 원이 환경파괴를 위해 사용된다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들은 권력은 유한하지만 우리가 살아갈 터전은 세대를 이어 가는 무한한 세월의 유산이며, 눈앞의 이익과 편리함을 위해 도민들의 삶의 터를 파괴할 수는 없다며, “중요한 국책사업이 여전히 관료주의에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참담하다. 그러나 생명과 평화를 지키려는 선의를 가진 우리 모두는 연대하며 제주를 외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호소하는 9일기도 마무리 미사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월요미사'와 함께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됐다. (사진 제공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허찬란 신부는 강론에서 이 시대에 과연 누가 성인이며, 어디가 성전인가라고 물으며, “성경과 전례에 충실하고 화려한 외형과 감실을 갖춘 곳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 식별하고 친교를 나눌 줄 아는 이가 성인이며, 그 공동체가 바로 성전”이라고 말했다. 허 신부는 “우리 시대는 과연 제대로 식별하고 있는가. 여전히 공무집행자의 게으름과 무지, 정치지도자들의 안일함으로 지구 어머니가 죽어가는 상황에서는 결코 생명이 탄생할 수도, 서로 돕는 이웃도 있을 수 없다”며, “성스럽고 아름다운 성전은 인간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함께 하느님을 찬미함으로써 만드는 우주 공동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제주도와 국토부가 제2공항 건설 조건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과를 은폐한 사실, 제2공항 신설로 들어오는 저가 항공기 결함 문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인간은 물론, 해당 지역의 생명체들이 무시되는 현실 등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것에 인간은 사과하고 잘못된 산업문명을 막아야 한다. 제주공항 뒤의 병폐를 사과하고 제2공항을 막음으로써 민주주의는 승리하고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패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에 참석한 박찬식 상황실장은 지난 4년간 중앙 정부와 정치권, 중앙 언론이 제2공항 문제에 눈감아 왔다며, “청와대 앞에서 확인한 것은 그들의 잘못된 판단 이전에 무관심이었다. 정치권, 언론 등은 제주도 현안이 국책사업에 의례 따르는 갈등이며,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고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 환경단체들이 나서서 제2공항 문제는 단순히 제주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임을 드러냈다며, “제2공항 무효화는 개발일변도의 관행을 끝내야 하는 시기임을 알려 준 사건이며, 그런 의미에서 각계의 연대는 큰 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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