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 <아버지, 아들, 손자 3대 이야기> 1世代인 아버지는 몹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시절 헐벗고 굶주림을 벗어나고자 배고픔의 고통과 온갖 고난을 참고 이겨내면서 학문을 열심히 갈고 닦아 마침내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오르게 되었다. 초급관리로 등용된 후 승승장구하여 마침내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점점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자 권세는 물론 재산이 뒤 따르면서 부귀영화를 한 몸에 누리게 되었다. 매사에 근면하고 성실한 성품에다 높은 학문은 어디하나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재상이지만 정사(政事)에 전념하다 보니 집안일과 자녀교육에는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탓인지 2代인 아들은 성실하고 근면한 아버지와 달리 게으르고 빈둥거리며 주색에 빠져 하루하루를 방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아들만 보면 홧병이 나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다보니 아버지는 어쩌다 아들과 마주치기만 하면 화를 내고 꾸중하기 바빴다. 그래서 아들은 늘 아버지를 피해 다녔고 아예 아버지 앞에 나타나질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버지는 등청 길에 아들과 앞마당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이날도 아버지는 아들을 보자마자 큰소리로 화를 내며 나무라고 꾸짖었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묵묵히 꾸중을 듣고 있을 아들이 이날은 작심한 듯 아버지한테 따지듯 말대꾸를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저를 너무 모르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어린시절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자라다보니 그 처지를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죽을힘을 다해 학문을 갈고 닦으셨고 마침내 장원급제하여 오늘과 같은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었지만 저는 아버지 덕에 힘하나 안 들이고 부족함 없이 지금까지 호강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힘든 공부를 왜합니까? 또 힘들게 일할 필요가 있습니까? 지금도 저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재상이신 아버지 덕분에 의식주(衣食住)가 풍요롭고 비록 제가 벼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재상의 아들이라 동네 사람들은 저를 보기만하면 굽실굽실 웬만한 벼슬아치보다 더 대접을 받습니다." 아들의 말을 듣고 난 아버지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잊고 있다가 3代인 손자가 아침일찍부터 공부하는 방을 가르키며 호통을 쳤다. “야 이놈아! 그럼 저 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네 자식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단 말이냐?“ 아버지의 꾸짖는 말에 아들은 지지 않고 또 대꾸를 하는 것이다. “정말 아버지는 손자가 왜 공부를 저렇게 열심히 하는지 모르신단 말입니까? 저 아이는 지 애비가 게으르고 방탕하며 무위도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애비인 저한테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으니 제 힘으로라도 입신하려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을 정말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그만 말문이 막혀 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쯧~ 쯧~ 쯧~” 혀를 차면서 그대로 등청 길을 재촉하였다. 60,70년대 우리 부모님들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피땀 흘려 삶을 일궜다. 덕분에 생활이 나아졌고 배고픔도 면하게 되면서 지독한 가난을 벗어 나게 되었다. 아마 오늘날 풍요로운 것은 우리 부모세대의 노력과 땀 덕분이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젊은이들은 배가 불러서일까 3D업종을 기피하고 편안함과 쉽게 돈버는 일만 찾고 있다. <담아 온 글>
Chiqitita-Dana Dragnmi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