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는 베일 속... 민변, 정보공개청구소송 제기
상품양허안·ISD 합의문 등 모두 비공개... "기본분석도 불가능" 행정소송
(출처-2014년 12월 1일 <오마이뉴스> l박소희 기자(sost))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을 공식 선언하며, 남은 기술적 쟁점들에 대해서는 연내 협상을 통해 마무리짓겠다고 했다. 최종 합의 선언과 다름없는 두 정상의 발표 뒤 농민들은 '식량주권 포기'라고, 재계는 '새로운 기회'라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지만, 한 가지는 똑같다. 한중FTA의 파급력은 역대 FTA 가운데 손에 꼽히리라는 평가다.
그런데 정부는 실질적 타결 뒤 ▲ 상품 ▲ 농수산물 ▲ 원산지·통관 ▲ 서비스·투자 ▲ 비관세조치 ▲ 경쟁 ▲ 지적재산권 ▲ 역외가공지역 등 8개 분야에 따른 개괄적인 내용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 관세가 얼마나 변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또 한미FTA 당시 논란거리였던 투자자-국가제소제(ISD)를 포함했다고만 했을 뿐, 그 상세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두 나라가 협상을 시작한 지 30개월 만에 타결했지만 한중FTA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모습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정부의 이 같은 행보가 한중FTA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1일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중 정상 발표 이틀 뒤인 11월 13일 정부에 한중FTA 자료를 공개하라고 청구했지만, 관세철폐목록인 상품양허안과 ISD 관련 내용이 담긴 투자 관련 장과 ISD 합의문은 비공개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스스로 '실질적 타결'로 그 내용이 확정됐다고 강조했으면서 ISD 합의문 등이 내부 검토 과정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한중FTA는 한·미 FTA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국민생활과 경제에 미칠 수 있는데,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직후 낸 보도자료 외에는 구체적인 정보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FTA에 비해 유리한지나 도대체 한중FTA가 무엇을 담고있는가 하는 기본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중요한 통상정책인 만큼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언론의 충분한 보도, 국회의 적법한 통제 속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또 정부가 최근 타결을 발표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상대 FTA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과정이나 그 결과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대표로 성명서를 읽은 서상범 변호사(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는 "정부는 FTA 공론화, 국민여론 수렴, 국회 내 충분한 토론 등 헌법과 법률이 요구하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FTA를 밀실행정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통상절차법은 정부가 국회에 FTA 협상진행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되 협상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때는 예외로 한다"며 "정부는 그 조항을 기초로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드는 이 예외조항 등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제대로 된 자료조차 전해지지 않은 채 정부 요청대로 몇 시간 만에 상임위를 통과한 한·호주 FTA와 한·캐나다 FTA 국회 처리 과정을 '졸속'이라고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