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 시 반쯤에 시간을 내어 광화문의 교보문고에 들렀다. 대성당에서 열린 GFS 포럼에 참석하고 난 후였다. "가벼운 소설"이 팔리는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번갯불에 콩 구어먹듯 휘~둘러본 다음 몇 가지 인상적인 점을 적어본다면 아래와 같다.
상큼한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들 서너 명을 붙잡고 물어봤다.
"가벼운 소설을 파는 코너가 어딥니까? 일본 에니메이션과 비슷하다더군요. 라이트 노블이라고".
어느 한 사람도 아는 이가 없었다. 이상하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 말이 더 안 통한다. 보다시피 "가벼운 소설" 하면 반응하는 눈동자가 두 배 정도 더 커진다. 그럼 라이트 노블 하면? 뭔가 생각날 듯 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 원 참, 못 알아 듣는데다 서어비스가 부실하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는데도.
결국 드넓은 매장에 걸린 책 분류 안내판을 좇으면서 마침내 찾아냈다. 광화문 지하도에 난 입구 쪽이다. 거기 걸린 안내팻말은 <NT소설 코너>다. 근데 이 이름은 그저 일본의 출판사 이름일 뿐이다. 그렇다면 아까 질문할 때 NT소설이라고 했으면 종웝원들이 알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하~ 어쨌든 반갑다. 요놈들한테 울 소년소녀들이 열광한단 말이지. 알룩달룩한 표지들에 눈이 어지럽다. 만화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속은 일반 소설과 같이 글자로 채워졌다. 다만 군데군데 그림이 나오는 게 조금 다르고 글쓴이와 그린이가 독자적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같은 작가로서 대접받는다. 울 나라 작가는? 겨우 몇 명 있다고 하지만 아직 아기 걸음마 수준.
해당 코너의 종업원이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주로 10 대가 고객인데 남자들이 더 많다. 기존 개념으로 분류하자면 환타지, SF물, 공포물이 버무러진 형태라고. 내용은 어떤가? 초현실적이라고 할까 독자들을 쉽게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고. 왜 청소년들이 빠져드는가? 글쎄올시다. 우선 엄숙하지 아니한 감각에서인 듯하다. 그런데 수준 타령을 하려들면 큰 코 다친다. 일본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나오키 상 미시마 상이 이미 가벼운 소설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일부 평자는 순수문학이 못했던 역할을 발견하기도 한다. 즉 가벼운 소설이 문자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외레 영상과 시각의 시대를 거스르고 있지 않은가.
이 분야에서 일본작가 스즈미야 하루히는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아래 1 번의 작가). 종업원이 일러주는 대로 인터넷을 찾아보니 가벼운 소설 "대표 7선"이 나와 있다. 제목 만을 훑어봐도 그 분위기를 짐작하시리라. 책값은 비싸 보이지 않았다. 한 권 당 5000원~6000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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