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은 필요한가?
오늘 복음의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는 구세사 안에서 예수님이 누구이시며 그분에 대한 반대자들이 궁극적으로 어떤 자리에 선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 비유가 이사야서와 시편의 두 가지 구약의 말씀을 인용하는 것에서 이러한 의도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의 지속적 박해의 역사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비유가 궁극적으로 보여 주려는 급박한 진실이 무엇이겠습니까? 스위스 출신의 신학자 라이문트 슈바거 신부는 『희생양은 필요한가?』에서 다음과 같이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완고해지고 현혹됨으로써 예수를 하느님의 계시자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예수의 역사적 행동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진리가 손상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완고함’과 ‘현혹됨’을 슈바거 신부는 모방 욕망에 따른 집단적 허위와 폭력의 과정으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이 비유에 인용된 시편 118편 22절의 말씀 “집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에 비유 전체의 핵심적인 가치를 부여합니다. ‘내버린 돌’이 뜻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아들의 배척’이었고, 이는 오히려 집단적 현혹에 은폐되었던 진리가 드러나게 하였습니다.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의 의미에 대한 슈바거 신부의 결론은 이 말씀이 ‘그때 그들’ 못지않게 오늘의 우리를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공격성을 다른 이들에게 투사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계시를 통해서 이런 숨겨진 경향이 명백하게 드러나게 되면, 사람들은 결단에 직면하게 된다. 즉,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진실을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부터 그 진실을 ‘의도적인 완고함’ 속에서 거부하고 거짓말쟁이와 위선자가 될 것인지를 결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