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처녀의 비유>
'열 처녀의 비유'에서 슬기로운 처녀의 모습과 어리석은 처녀의 모습은 그렇게 큰 차이가 없습니다. 모두 똑같이 등을 가지고 있었고,등불을 켤 수 있는 기름을 가지고 있었고, 등불을 켰습니다.
열 명 모두 (슬기로운 처녀들도) 신랑을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신랑의 도착이 늦어질 때를 대비해서 미리 여유 있게 기름을 준비해 놓았지만, 어리석은 처녀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가지고 있는 등을 켤 수 있는 기름만 가지고 있었고, 그 기름이 떨어진 다음의 대책은 세워놓지 않았습니다.
그 한 가지 차이가 그들의 운명을 결정했고, 양쪽의 운명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라지게 됩니다. 어리석은 처녀들도 '기본'은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하십니다.
'낙타와 바늘구멍' 이야기에 나오는 부자가 좋은 예입니다. 그 부자는 기본적인 것은 다 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십계명을 지키라고 말씀하시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마르 10:20)." 예수님도 그의 말을 인정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마르 10,21)." 그러나 기본적인 것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마르 10,21)." 그에게 부족한 것은 재물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십계명을 다 잘 지키는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기본'입니다. 십계명을 잘 지키는 일 자체는 칭찬받을 일이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만 하는 것으로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기본적인 선행과 사랑도 실천하지 않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기 때문에기본이라도 잘하면 그건 그것대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