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지
“그러면 저희가 가서 그것을 뽑아버릴까요?”(마태 13:28)
세상의 악을 전부 다 제거하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신앙인의 소망입니다. 그러나 주인은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의인과 악인을 구별해서 심판하는 일은 최후의 심판 때 할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악을 제거하는 일과 악인을 제거하는 일은 다릅니다. 악은 물리쳐 없애야 하지만, 악인은 회개할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라는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기 자신은 악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른 어떤 사람을 악인이라고 지목할 때가 많은데, 그게 과연 옳은 일이냐는 것입니다. 물론 연쇄 살인범, 성폭행범 등 각종 범죄자들을 악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나는 그런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으니 악인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찌하여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 7:3) 누가 누구에게 가라지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자기는 절대로 악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루가 18:9-14)'를 다시 묵상해야 합니다. 바리사이는 자기는 죄를 지은 적이 없고, 단식도 많이 했고, 십일조도 잘 바친다고 자기를 내세웁니다. 세리는 지은 죄가 많아서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자기를 불쌍히 여겨 달라는 말만 하면서 가슴을 칩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고 선언하십니다.
천국에 들어간 사람들은 자기처럼 죄 많은 사람이 천국에 들어왔다는 것에 놀라고 감격하고,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은 자기는 죄가 없는데 왜 지옥에 떨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반항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가라지일 수 있습니다. (아니, 가라지입니다.) 그러나 회개하면 누구라도 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