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릴래아 -
성경에서 ‘갈릴래아’라는 말은 단순히 지명만을 가리킬 때 사용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주 ‘갈릴래아 사람’으로 불리셨습니다. 오늘 독서에서도 갈릴래아라는 말은 매우 인상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여인들을 통하여 이르신 대로 갈릴래아로 가서 예수님과 만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는 제자들에게 나타난 천사는 그들에게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하고 말합니다.
갈릴래아는 주님께서 사랑하신 곳이었고, 제자들은 바로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갈릴래아는 중심지 예루살렘에서 보자면 ‘변방’이었습니다. 이제 제자들은 부활의 기쁜 소식을 만나기 위하여 그 변방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시골뜨기, 곧 변방에서 온 이들로 여겨진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교회의 시작이 맡겨집니다. 변방으로 돌아가고, 중심지가 아닌 변방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20년 수형 생활의 옥중 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세간의 이목을 끈 신영복 교수는 오만하고 경직된 사유에서 벗어나는 길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변방을 공간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변방에 대한 오해이다. 누구도 변방 아닌 사람이 없고, 어떤 문명도 변방에서 시작되지 않은 문명이 없다. 어쩌면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변방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다름 아닌 자기 성찰이다. ‘변방을 찾아가는 길’이란 결코 궁벽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각성과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변방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변방을 찾아서』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그분의 가르침을 전하는 삶은 갈릴래아, 그 변방의 땅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부활을 증언하는 삶 또한 주님을 향해, 주님과 함께, 세상 사람들이 주변부라고 무시하는 우리 시대의 ‘갈릴래아’로 발걸음을 내딛을 때 비로소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