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 -
그리스도교는 고통과 죽음을 숭배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부활과 생명으로 가기 위해서 고통과 죽음을 지나갈 뿐입니다. 만일에 예수님의 생애가 십자가에 매달려서 죽는 것으로 끝났다면 예수라는 분은 존경의 대상은 되었겠지만 신앙의 대상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 희생하고 죽음을 받아들인 위인들이나 성인들은 많습니다. 우리는 그런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러나 주님으로 믿는 분은 단 한 분, 예수님뿐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부활도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부활이 없다면 십자가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면 십자가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부활절이 없다면 성금요일은 그냥 '예수님의 제삿날'일 뿐입니다. 부활이 있기 때문에 십자가 수난과 죽음이 의미가 있습니다.
십자가는 부활로 가기 위해 지나가야 할 터널 같은 것입니다. 부활과 생명이 없다면 그 어두운 터널로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또 부활절이 있기 때문에 성금요일도 의미가 있습니다. 성금요일은 부활절을 준비하기 위한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 십자가를 생략하고 바로 생명으로 갈 수는 없는가? 성주간을 건너뛰고 바로 부활절로 갈 수는 없는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성서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뿌리는 자, 기뻐하며 거두어들이리라.
씨를 담아 들고 울며 나가는 자,
곡식단을 안고서 노랫소리 흥겹게 들어오리라.”
(시편 126:5-6)
하느님 나라, 구원, 생명은 어쩌다가 우연히 얻게 되는 행운이 아니라 '피와 땀과 눈물로 씨를 뿌리고 가꾸고 고생해서 얻는 기쁨'입니다. 추수 때의 기쁨을 믿고 희망하는 사람만이 씨를 뿌리고 고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믿음과 희망과 기다림이 없다면 못하거나 안 할 것입니다. 그러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