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에 관하여
오늘 복음은 종말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이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게 된다. ② 거짓 그리스도가 나타난다. ③ 전쟁, 큰 지진, 기근, 전염병이 생기고, 하늘에서 무서운 징조가 일어날 것이다. ④ 믿는 이들은 박해를 당하는데, 심지어는 사랑하는 이들에게서조차 미움과 위협을 받을 것이다.
종말에 관한 이러한 표현을 두고 학자들은 ‘묵시 문학’이라고 합니다. 묵시 문학은 구약에서부터 이어져 온 독특한 표현 양식입니다. 묵시 문학이 번성하던 시대는 한마디로 박해의 시대였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사는데도 축복보다는 고통을 받는 현실, 오히려 세상의 권력자들은 악과 타협해 가며 승승장구하는 현실에서 탄생된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이러한 맥락을 염두에 두신 말씀입니다. 곧, 성전이 무너질 만큼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할 수 없고, 거짓 그리스도로 혼란을 겪게 되며, 악의 세력으로 말미암아 세상과 자연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많은 이에게 박해받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인내를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한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에는 온갖 불안함에 시달리겠지만, 막상 태어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납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최악의 상황을 인내하고 이겨 낸다면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날 것입니다.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이라는 것이 결코 우리를 절망케 하지 못하는 것은, 그 마지막으로 말미암아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