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자식을 육지에 있는 대학으로 보내는 부모는 걱정이 참 많습니다. 생활해야 할 방도 알아보아야 하고, 살림살이도 장만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주 밑반찬을 해 보내면서 밥도 잘 챙겨 먹게 도와줍니다.
이러한 면에서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각 고을로 보내시면서 하시는 말씀은 우리에게 의문을 갖게 합니다.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과 같다고 하시면서도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하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잘 챙겨 가도 걱정이 될 판에 왜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신 것일까요?
복음을 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아닙니다. 바로 하느님에 대한 철저한 의탁입니다. 하느님께 의탁할 줄 모른다면, 돈이 많아도 복음을 전하는 데 아무런 힘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선교 여행을 떠나면서 이것저것 다 챙겨 간다면, 그것들에 의지한 나머지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의지하는 데 소홀하게 됩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다음과 같이 권고하였습니다. “어느 것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마라. 무엇에도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것은 헛되이 지나간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변치 않으시니, 인내함으로써 모든 것에 이르리라. 하느님을 지닌 이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오직 하느님만으로 만족하여라.”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에 더 의지하고 있지 않는지 가만히 돌아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