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의 신비
삼위일체는 사랑의 신비입니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삼위일체의 ‘단일성’(세 위격이 하나의 신성을 이룸)과 ‘다양성’(한 분 하느님께서 세 위격으로 구별됨)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삼위일체의 ‘단일성’을 이해하고자 남녀 사이의 사랑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남남이었으나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알게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같은 공간 안에 머무르고, 사랑이 깊어지면서 서로 닮아 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남자와 여자는 더 이상 둘이 아니라 한 몸을 이룹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단일성은 바로 이러한 사랑에 비추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서로 너무나 사랑하여 완전한 일치의 공동체를 이루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을 세 분이 아니라 한 분이라고 합니다.
삼위일체의 ‘다양성’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은 처음에는 어머니 배 속에서 하나가 된 상태로 시작됩니다. 그러다가 아기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조금씩 그 거리가 멀어집니다. 배 속에서 품속으로, 품속에서 집 안으로, 집 안에서 동네로, 동네에서 다른 지역으로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이렇듯 부모와 자식은 처음에는 온전히 한 몸이었다가 사랑이 성숙되면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삼위의 하느님께서 서로 사랑하신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랑에 비추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께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신다는 면에서 우리는 서로 다름, 곧 ‘다양성’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부, 성자, 성령께서 엄연히 구분된다고 고백합니다.
이처럼 삼위일체는 사랑의 신비입니다. 남녀의 사랑처럼 서로 다른 위격이 온전히 하나가 된 것이며, 부모와 자식의 사랑처럼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 주는 사랑이 곧 삼위일체의 신비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삼위일체의 신비, 곧 사랑의 신비를 살아가도록 초대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