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용서와 사랑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의 유형이 있습니다. 평면적 인물이란 이를테면 고대 소설 『흥부전』에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선한 존재로 묘사되는 흥부나 한결같이 악인으로 묘사되는 놀부 같은 인물을 가리킵니다.
그 반면, 입체적 인물이라고 하면 악한 사람이었다가 선한 사람으로, 아니면 선한 사람이었다가 악한 사람으로 바뀌는 식으로 변화되는 인물입니다. 이를테면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쓴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스크루지 영감은 지독한 구두쇠로 사는 이였지만, 죽은 동료들의 영혼의 도움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보며 너그러운 사람으로 바뀝니다. 이때 스크루지라는 인물은 평면적 인물이 아니라 입체적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크게 세 사람이 나옵니다. 바리사이, 예수님, 그리고 죄인인 여자입니다. 바리사이는 죄인인 여자를 행실이 나쁜 여자로 완전히 고정시켜 버립니다. 그의 눈에는 죄인인 그 여자가 평면적 인물입니다. 변화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입니다. 그 반면 예수님께 그 여자는 입체적 인물입니다. 행실이 나쁘다는 사실에 고정되지 않으시고 그 여자의 변화에 주목하십니다. 그 여자에 대하여 단선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면을 바라보시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웃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저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이고, 이 사람은 저러저러한 사람이야.’ 하고 고정시켜 버리지는 않습니까? 어느 한 사람을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구나 변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바로 그러할 때 하느님 은총의 전달자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