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으로 자신을 낮춘 가나안 여인
예수님은 자기의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품위나 위신을 상관하지 않는 이 여인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모든 것을 뒤엎을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지닌 여인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우리는 자존심이 상할 때 차가운 돌처럼 무감각하게 변합니다. 그러나 이 어머니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확고하고 인내롭게 조금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너무 빨리 포기하지도 않으며 하느님만이 도우실 수 있다고 깊이 확신하는 사람만이 하늘의 도움을 받습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과 자신 사이에 무엇인가 비슷한 것이 있음을 느끼십니다.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분 역시 종의 신분을 취하시고 죄인들을 찾아다니시면서 함께 지내시는 것을, 또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치욕적인 십자가상의 죽음까지 받아들이시며 자신을 낮추셨던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한 그분의 끝없는 사랑 때문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을 만나서 상을 주시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녀는 비참함 속에서도 위대했습니다. 바로 사랑으로 자존심을 이겼으며, 희생의 정신으로 이기심을 이겼고 사랑 때문에 자신을 낮추신 예수님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이 여인의 극도의 단순함이 예수님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덕은 우리 앞에 있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다시 인식하게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개방시켜 줍니다. 겸손한 사람을 높이시고 교만한 사람을 내치시는 하느님께서는 그 여인과 일치를 이루시며 하늘의 상급을 주십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이 여인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으셨습니다. “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