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는 신앙의 역설
오늘은 연중 제27주일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눈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이 우리 교회의 모퉁잇돌입니다. 주님께서 늘 그들과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세상에서 가난한 이들, 고통 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을 받아들이고 함께할 때 튼튼해집니다.
충남 아산의 학(鶴) 마을에 이런 전설이 전해 온다고 합니다. 옛날 박 생원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죽은 학이 살아나는 것을 목격하고 학의 둥지에서 이상한 돌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중국 상인들이 이 돌을 보고는 놀라면서 일천 금에 사겠다고 약속을 하고 돈을 가지러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박 생원은 횡재하였다고 기뻐하며 그 돌을 제값에 걸맞게 만든답시고 비단 수건에 싸고 흙을 털며 반질반질해지도록 날마다 닦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다음 중국에서 돈을 싣고 돌아온 상인들에게 그동안 잘 닦아서 소중히 보관한 돌을 보란 듯이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상인들은 크게 낙심하며 말했습니다. “이 돌은 혼을 다시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환혼석이라고 부르는 희귀한 돌이지요. 그런데 당신이 반들반들하게 닦는 사이 돌의 정기가 다 사라지고 말았소. 이제 이 돌은 그냥 평범한 돌일 뿐이오.” 그들은 혀를 차며 돌아갔습니다.
교회가 생명을 가지는 것은 번듯한 건물이나 잘 차려입은 사람들 때문이 아닙니다. 힘없고 고통 받는 이들, 가난한 이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교회의 ‘모퉁잇돌’이 될 때입니다. 이런 정신을 잃고 나면 교회는 가진 자들의 향연, 생명 없는 친목 모임이 되고 맙니다. 우리 교회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멋진 건물에 앞서, 정의와 사랑을 위해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신앙인의 정신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