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온 세계에 복음을 전하기를 원하십니다. 복음전파를 위하여 당신 친히 동네마다 찾아다니셨지만, 당신은 수난이 이루어질 예루살렘으로 향하여 가고 계십니다. 따라서 당신의 12사도를 파견하시고 또 72제자를 파견하십니다. 72라는 숫자는 창세기 10장에 의하면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방인들의 나라 수이고, 12는 이스라엘 지파 수입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72제자를 파견하신 것은 모든 민족이 다 구원되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의지입니다.
세상은 넓고 일꾼은 적은데 당신은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드리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중도에 제자들에게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달라고 청하여라](2)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추수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사업을 이루시기 때문에 하느님만이 세상을 정복할 힘을 주실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교회공동체의 생명은 너무나 나약합니다.
세상은 넓고 크며 사납습니다. 그런데 일꾼 수는 적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무식꾼들입니다. 그렇다면 무장을 단단히 하든지 돈을 많이 가지든지 재간이 많든지 해야 하는데,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돈주머니도 식량자루도 지니지 말라](4)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어린양이 이리떼 가운데](3) 던져진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예수께서 그렇게 무모하지 않으실 것이고, 다른 대책을 세워두셨을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말고 오직 하느님께만 의지하여 세상에 나가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하느님께 맡겨드리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대신하여 전쟁을 해주듯 제자들에게 세상이 모르는 강한 힘을 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하느님께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복음을 전할 수 없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아무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아무 힘도 없으면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참으로 강한 사람입니다. 세상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 사람 안에서 그 사람이 의지하는 하느님의 힘을 보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내어놓는 사람 앞에서는 숙연해집니다. 그가 언변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큰 사랑과 진실함이 사람들을 설득시킵니다. 지금 이 세상은 이론이 통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이 어려운 세상에서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그들을 정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입니다.